에어컨 실외기 때리는 빗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실눈을 떴다. 어두웠다. 머리는 어지러웠다. 목 안은 까끌까끌했다. 허리는 묵직했다. 영원히 누워있고 싶었다. 6시였다. 전전반측하다가 겨우 일어났다. 쌀 안쳐놓은 밥솥에 불 올리고 찌개를 끓였다. 뜨거운 밥과 매콤한 김치찌개를 후후 불어가며 먹고 나니 그런대로 살 만했다. 집을 나섰다. 7시40분이었다.
사무실은 고즈넉하다. 사흘 동안 차분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냉랭하다. 온풍기를 켜고 컴퓨터를 켠다. 미뤄둔 일이 하나하나 정체를 드러낸다. 보도자료를 먼저 정리하여 내보낸다. 그리 급한 건 아니다. 중요하지도 않다.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이며 다음 할 일을 챙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 정신을 집중한다. 감기약 두 알먹었더니 머릿속이 몽롱하다.
창밖에 비 내린다. 비 그치면 봄이 올까 겨울이 될까. 라디오에선 예쁜 목소리 여자 아나운서가 뭐라고 재잘댄다. 설 지난 이야기, 차 막히는 이야기다. 온 세상이 비내리는 1월말처럼 평화롭고 조용하기를 빈다. 내일 다시 시작할 일상도 순조롭고 원만하기를 또한 빈다. 설 연휴 쉬고 왔다고 달라질 것 없이, 며칠 만나지 못했다고 변할 것 없이 모든 게 물 흐르듯 하기만을 빈다.
아교 붙인 것처럼 찰싹찰싹 잘 들러붙었으면 좋겠는 낱말들이 자꾸 파편처럼 흩어지기에 이런 잡글로 노닥거리며 워밍업을 해 본다.
2020. 1. 2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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