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였던지 산청한방약초축제장이었던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약초들 가운데 목련꽃망울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어디어디에 좋다고 적어놨던데 까먹었다. 북한산이라고 했더랬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몸에 좋다니까 사볼까 하다가, 말았다.
목련은 봄의 전령이다. 늦가을부터 겨우내 추위를 견디며 꽃망울을 준비한다. 자그마하던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면 봄이 온다는 증거다. 매화, 진달래가 지천일 때 목련도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다. 하얀목련이 대세였는데 요즘은 자색목련도 꽤 많이 보인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겨울을 이기며 봄을 기다리는 목련꽃망울 따서 약용차로 끓여 먹는다. 추위를 이기는 끈기나 참을성 같은 게 약으로 되나 보다. 찬바람을 꿋꿋이 버텨낸 기백이 사람에게 원기로 되나 보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리라 하는 믿음과 기대를 인간이 취하고 싶었던 것일까.
가게마다 수북수북 쌓아놓고 팔려면 도대체 몇 그루의 목련이 희생됐을까. 얼마나 많은 목련꽃망울의 꿈이 서글프게 좌절되고 기대가 무참하게 꺾이고 희망이 속절없이 무너졌을까. 좌절하고 꺾이고 무너진 꽃망울 안에서 그 무엇을 취한들 그게 약이 되겠나, 밥이 되겠나. 오줌과 똥밖에 더 되겠나. 사지 않은 까닭이다...
2020. 2. 4.
시윤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상대학교 총장 선거 (0) | 2020.02.07 |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0) | 2020.02.07 |
입춘 (0) | 2020.02.04 |
녹차씨 (0) | 2020.02.02 |
부채표 판콜에이 한 병 (0) | 2020.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