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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쎄라토

by 이우기, yiwoogi 2019. 8. 13.




2007년 4월에 샀다. 36개월 뒤 온전한 내 차가 되었다. 그동안 큰 사고 없었고 큰 고장 없었다. 20만 km 가까이 돌아다녔다. 제주도 빼고 안 가본 곳이 없다. 아찔한 순간이 없지는 않았으나 잘 넘어왔다.


우체국에 갔다. 미등도 켜지 않았고 깜빡이도 켜지 않았다. 일 마치고 나오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방전된 것이다. 보험회사 연락하니 15분 뒤 달려온다. 시동을 걸었다.


30분 이상 시동을 걸어두란다. 기름이 간당간당하다. 주유소 가서 시동도 끄지 않은 채 기름을 절반 넣었다. 가득 넣으려던 것인데 중간에 끊겼다. 전에 없던 일이다. 자동차가 기름 대신 더위를 먹었을까.


사무실 근처 그늘에 차를 세웠다. 시동을 걸어두었다. 30분쯤 뒤에 가서 시동을 끄고 제대로 주차했다. 내가 사진을 찍어야 하는 행사가 눈앞이다. 아슬아슬하다. 그 와중에 배탈을 달래느라 화장실도 들락거렸다.


다음에 또 방전되면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는 정비기사의 말이 맴맴 돈다. 앞으로 5년은 더 타야 하는데. 내년에 아들 군대 가면 이 차 몰고 면회 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니, 내일 포항에서 열리는 조카 축구 경기 응원하러도 가야 하는데.


12년 이상 고생 많이 한 사랑스러운 쎄라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멀지 않아 닥쳐올 이별을 예감하며 섭섭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을 몇 자 적어놓는다. 그렇더라도 내일 포항은 말할것없고, 주말 산청 왕복길엔 아무일 없기를 빈다.


2019. 8. 13.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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