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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두 사람

by 이우기, yiwoogi 2019. 5. 12.

비아이(BI)마트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웬 아줌마가 쫓아나와서 롯데카드 있으세요?”라고 묻는다. “없지만 필요 없는데요.”라고 답하니 롯데몰도 생기고 했으니 하나 만들라.”고 제안한다. 다들 하나씩 만든다면서. 그러면서 카드 만들면 현금 8만 원을 준다.”고도 했다. 카드 하나 만든다고 현금을 8만 원씩이나 주는 경제원리에 대해 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 정도 돈으로 카드 2개로 돌려막기하는 나를 꾈 수 있다고 생각한 대담함도 이해되지 않는다. “갖고 있는 카드만 해도 귀찮을 정도입니다.”라고 점잖게 대답하니 그럼 그걸 해지하세요!”라고 한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 아줌마가 큰일날 소리 하고 있네!’라고 해주려다가 참았다. 더운 날 괜스레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롯데카드만 귀중하고 다른 카드는 헌신짝 버리듯 해도 된다고 하는 롯데카드 판촉 사원의 애사심이 웃긴다. 끝까지 롯데카드 가입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절대 안 할 거다.

 

절밥 먹은 게 갑자기 툭 꺼진데다 날이 좀 더웠던지라 시원한 냉면 육수가 그리웠다. 오랜만에 하연옥에 갔다.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던 아내도 동행했다. 자리에 앉아서 보니 하연옥은 11식입니다라고 씌 어있다. 좀 망설이다가 일어섰다. 마침 그때 점원 아주머니 한 분이 주문 받으러 왔다. “우린 두 명이지만 한 그릇만 시켜도 됩니까?”라고 물으니 여기는 11식인데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럼 할 수 없지라며 나오려니까 잠깐만요.”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4명 앉는 테이블 말고 2인용 테이블을 찾는 것이다. 없다. 입맛을 다시며 그냥 돌아나오려는데 그 아주머니는 1인분만 주문한 주문서를 갖고 온다. “한 분은 절에 가서 절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냉면 못 먹는다 하고 1인분만 시켰습니다.”라고 말한다. 아내는 절밥을 많이 먹어 배가 고프지 않은 건 정말 사실이다. 그분은 적당한 말로 구실을 만들었는데 어쩜 그렇게 똑부러지게 잘했을까. 덕분에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맛있게 잘 먹었다. 아내는 두 젓가락 집어 먹고 국물 한 번 들이켰다. 하연옥은 앞으로도 더 자주 가야겠다. 이사한 집에서 걸어가면 5분 걸린다. 주차 걱정 없이 마실 삼아 다녀올 곳이다.

 

한 사람 때문에 한 카드와는 평생 원수처럼 살게 됐고 한 사람 덕분에 한 냉면집과는 평생 이웃사촌으로 살게 됐다. 부처님 오신 날, 한 사람은 있으나 마나 한 인연으로 다가왔고 한 사람은 정말 부처님같이 자비롭게 다가왔다.

 

2019. 5. 12.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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