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와 나불천과 이현 웰가와 대아고가 보이는 풍경이다.
새로 이사한 하얀 진주빌라맨션도 보인다.
잡초 우거진 나불천변으로 산책 다니는 사람이 많다.
농사 짓는 사람, 새 공장 짓는 사람도 보인다.
긴의자에 앉아 쉬는 할머니, 개 끌고 다니는 젊은이도 있다.
대아고 앞 숙호산으로 올라가 배드민턴장을 끼고 돌았다.
석갑산 편백숲 반대쪽 명석 방향으로 힘차게 걸었다.
두곡마을로 내려와 컹컹 짖어대는 개들을 보았다.
구부정한 할머니들은 멀리서 다리쉼을 하였고
들판은 논이 될지 밭이 될지 모르게 아무렇게나 묵었다.
농촌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야릇한 마을을 끼고 걸었다.
고물상도 보이고 무덤도 보였고 다시 멀리 우리집이 보였다.
해거름녘엔 개구리 울음소리 누렇게 떠다니고
깊은 밤엔 소쩍새 핏빛 고함소리도 창틈으로 스며든다.
참말 어중간한 나이에 어중간한 마을로 잠입했다.
'진주'보다 다섯 배 높은 '웰가'와 남강보다 더러운 나불천
그 사이 묘하게 이어진 다리의 조화와 부조화를 느낀다.
이사한 지 이십여 일 만에 한 바퀴 휘 돌아본 소감은,
걸어야 할 길이 길어서 무척 다행이고
버려야 할 잡념이 많아서 무척 복잡했다는 것이다.
2019. 5. 13.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