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40분 출근길이다. 너도나도 바쁘다. 저 멀리 보이는 신호를 잡기 위해 달린다. 과속단속 카메라를 지날 때는 숙제검사하는 학생 꼴이 된다. 너무 느리게 달리는 차를 요리조리 피한다.
그 와중에도 오른쪽 왼쪽 깜빡이를 잊으면 안된다. 뒤차에 대한 배려다. 앞차와의 거리가 너무 좁혀지면 안된다. 앞차 운전자가 지나치게 긴장하게 된다. 피하지 못할 사정으로 급정거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자주색 이 차는 불도저처럼 거침없었고 깡패처럼 안하무인이었으며 태풍처럼 바삐 움직였다. 그렇게 바쁘면 5분 일찍 나서든지. 옆차로 트럭 뒤에 바짝 붙었다가 내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가 눈 깜짝할 새 저 멀리 달아났다. 앞차와 바짝 붙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 사이가 1미터도 안되어 보였다. 나는 "빵-" 소리를 내었지만 미안하다는 깜빡이 같은 건 켜지 않았다. 혼자서 욕했다. "개쌔끼!"
그렇게 달려갔으면 그대로 '쭉-' 가 버리든지, 결국 다음 신호에 붙들려 있다. 1차로와 2차로, 3차로를 종횡무진 달린 운전자답지 않게 신호등 앞에서는 얌전하다. 아니다.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려고 할 즈음 이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차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바람처럼 앞서 나갔다.
부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갔기를 빈다. 이 차의 앞, 뒤, 옆에서 운전하던 사람들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잘 가기를 빈다. 다시는 내 앞이나 옆이나 뒤에서 알짱거리지 않기를 또한 빈다.
2019. 5. 16.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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