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12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제사는 음력으로 2월이었다. 내가 26살 때 돌아가신 할머니 제사는 음력 12월이었다. 어느해 두 분 제사를 한 번으로 합하였다. 양력으로 3월말이나 4월초에 제삿날이 된다.
태어나서 줄곧 모든 제사는 밤 12시에 시작했다. 부산, 창원, 진주에 사는 사촌들이 미천면 큰집에 모였다가 새벽 2시 넘어 헤어졌다. 어른들은 새벽에 먼길 가는 자식들을 염려하셨다. 몇 해 전 저녁 9시로 앞당겼다. 모두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11시쯤 된다.
엊저녁에 제사를 지내고 왔다. 밤새도록 꿈자리가 편치 않았다. 많은 꿈을 꾸었다. 잠을 잔 건지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쇳덩이처럼 무겁고 무감한 머리통을 목 위에 얹은 채 출근했다.
밤새,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가 다녀간 것일까 그리운 할머니가 날 보고 간 것일까. 아니면, 40살 즈음 유명을 달리한 사촌동생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 것일까. 누군가 내 꿈자리를 찾아왔다면, 2012년 돌아가신 아버지도 함께 오셨겠지.
2019. 4. 3.
시윤
위 글에 대한 댓글(이정희)
이제 제사도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지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제사라는 것이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고 후손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의례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평일, 주말, 출퇴근 등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집성촌에 모인 가족 친지분들이 모여 제례를 지냈습니다. 다음날 피곤하면 농사일을 조금 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 친지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또 다음날에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 곳에서 제사에 참석하기도 어렵고, 또 다음날 출근하면 업무에도 지장이 많습니다.
경황이 없이 제사를 지내다 보면 선조가 원망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주말 저녁 가족 친지가 모여 여유있게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에는 가까운 곳에 여행도 가고...
그렇게 해야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주신 선조에 대한 고마움과 가족 친지간에 정도 싹트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식도 제사에 참여하여 실지로 먹을 사람 위주로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제삿상에 올라가는 7,80년대 과자가 있습니다.
오로지 제사용이지 제사를 지내고 나면 그 과자를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 버려지게 됩니다.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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