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지난해 9월 이후 석갑산을 가지 않은 듯하다. 날씨 궂다고 안 가고 바쁘다고 빼먹고 몸이 찌뿌드드하다고 건너뛰었다. 그사이 꽃은 열매 되고 초록은 갈잎이 되어 계절을 잡도리했다. 다리는 물러졌고 배는 더 나왔다.
입춘은 상기 멀었는데 성미 급한 매화는 꽃망울을 벌렸고, 구석 응달에선 고드름이 대한 지난 지 아직 얼마 안됐다고 아우성이다. 겨울과 봄이 뒤섞여 발길을 유혹한다. 석갑산 호들갑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틈틈이 발 놓아야겠다.매화 밭 묵정밭 된 사연도 알아봐야겠고 주말농장 주인 바뀐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숙자네 국수 국물 냄새도 그립고 함께하던 이들 겨울 난 사연들도 듣고 싶다. 까치발 들면 보이려나. 손차양 하면 들리려나.
봄은 오고 봄은 오는데 겨울은 아직 내 곁에 머무르니, 마중하고 받아들여 마음부터 바꿔먹을 일이다. 한 시간 나들잇길에 땀 촉촉 배어나니 가뿐하고 개운하여 비로소 봄인가 싶다. 껍데기를 벗는다. 길게 숨쉬어 본다.
2019. 1. 29.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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