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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송강 32년

by 이우기, yiwoogi 2019. 1. 29.

1987년 아버지는 중앙시장에서 문을 열었고

2019년 아들은 시청 앞에서 문을 열었다.
32년이다.



1987년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다.
팔팔했고 나부댔고 촐랑거렸고 
심지어 끓기도 전에 넘칠 지경이었다.


2019년 나는 53살 중년이다.
팔팔하고 활기차고 신중하고 
심지어 근면성실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건방지게.


생선내장탕 한 그릇에 담긴 
정성과 사랑, 노력과 배려
심지어 책임감까지도 고스란히 먹고 느낀다.



세대를 뛰어넘어 온 알탕 한 그릇 마주앉아
스스로 관조하고 반성하고 후회한다.


내 이마와 뱃살에 얹힌 세월은
나태와 교만으로 점철돼 있었고
심지어 권모술수와 곡학아세에 물들어 왔다.


명경지수 같은 국물 내려다보며
아버지의 뜻과 아들의 마음을 읽고,


붉고 맵고 뜨거운 국물 들이켜며
세상의 허허로움과 허기진 속을 잠시 잊는다.


2019. 1. 25.
시윤

#송강식당 #송강식당_진주시청점 #조재경 #알탕 #생선내장탕 #곤이튀김 #삼치구이 #진주맛집 조재경 055-761-0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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