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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겨울엔 꼬막

by 이우기, yiwoogi 2019. 1. 14.


 

길 가는 사람더러 겨울에 특히 맛있는 음식을 고르라 하면 무엇을 말할까.

 

물메기탕이나 대구탕을 들먹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앞날 밤 과음한 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매콤한 게 일품인 <송강식당> 알탕이나 중국집 해물짬뽕을 찾는 분도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비어져 나오는 듯하다.

 

겨울이라서 오히려 얼음보숭이를 찾는 사람도 제법 많을 것이다. 냉면은 겨울철에 제맛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 가운데 몇몇은 꼬막을 들먹이지 않을까 싶다. 벌교로 달려갈지도 모른다. 남해에서 나는 시금치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꼬막 종류나 요리 방법 같은 건 잘 모른다. 널따란 접시에 데친 꼬막을 촘촘히 벌여놓고 매콤한 고추를 잘게 썰어 얹어 내놓는 이 집 꼬막은 가히 일품이다. 고추는 붉은 것과 푸른 것이 섞였고 쪽파도 사이사이에서 인사한다. 꼬막은 다 까준다.

 

말하지 않아도 숟가락을 함께 주는데, 꼬막 삶은 물을 한두 숟갈 떠 먹으면 음주와 동시에 해장이 된다. 희한한 일도 다 있다.

 

그곁에 묵묵히 앉아 있는 시금치는 혹시 어떤 사람이 너무 맵다 할 때는 입 안을 풀어주고 국물이 싱겁다 할 때는 고소하게 해주려고 기다린다. 두부도 있고 멸치도 있다. 선수들이 출동 명령만 기다리는 본새다.

 

지리산찹쌀홍화동동주 한 잔에 꼬막 두서너 개를 입에 넣고, 입가심으로 시금치 한 닢 씹어 먹으면 신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맛있는 안주 가운데 겨울철엔 꼭 꼬막을 찾을 일이다, 적어도 이 집에서라면... 만약 주량을 극도로 줄이고 싶다면, 이 안주들을 시키지 말고...

 

2019. 1. 14.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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