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고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랑 색깔들이 다 벗겨져 하얀 속살이 드러날 때까지 냄비 속 알탕은 그럭저럭 행복하고, 가로 놓인 쇠들이 녹아 내릴 때까지 그 위 삼치들은 맞춤하게 익어가길 빕니다.
애써 장만해 놓은 그릇 한두 개씩 깨지고 힘들게 들여놓은 걸상 한두 개씩 자빠지더라도, 그 속에서 하얗게만 웃기를 빕니다.
천객만래, 백상운집 이런 말 애써 걸고 붙이고 하지 않더라도 송무백열할 지기들이 골백번 드나들 것인즉, 그저 태양과 같이 한결같기만 바랍니다.
고소하고 매콤하고 담백하고 알싸하고 얼얼하고 깔끔한 알탕 한 냄비에 담겨질 우리들의 사랑, 우정, 보람 그리고 그리운 추억들이 보글보글 피어오르기를 빕니다. 고소하고 매콤하고 담백하고 알싸하고 얼얼하고 깔끔한 삼치 구이에 얹어질 우리들의 낭만과 일탈, 그리고 도피의 유혹이 지글지글 끓어오르기를 빕니다.
아침에 문 열고 저녁에 문 닫는 일상이 지겨워질 즈음, 문득 생선 내장 속으로 여행도 가보고 콩나물 시루 속으로 잠입도 해보고 쑥갓에 앉은 벌레 마음 속으로도 달려가보는 주방장이길 빕니다.
알탕 팔아 돈 벌고 삼치 팔아 돈 벌고 곤이튀김 팔아 돈 벌어 옆으로 베풀고 앞뒤로 베풀고 아래위로 베풀어 비로소 더 크게 얻고 더 넓게 사랑받는 송강식당 진주시청점이길 빕니다. 그리하리라 믿습니다.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봄날 아지랑이만큼, 화려하게 피어나는 춘삼월 복사꽃만큼 아름다울, 꿈꾸는 앞날을 축복합니다.
2019. 1. 15.
시윤
*아래 그림은 극단 큰들의 무대감독 박춘우 화백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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