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더 벙커>를 보았다. 개봉 첫날 저녁이었다. 직장 해넘이 행사를 영화관람으로 때웠다. 영화 본 뒤 커피점에서 각각 다른 음료 한잔씩들 하고 10시 30분쯤 헤어졌다. 깔끔한 해넘이 행사였다. 권할 만하다. 만약 그 시간까지 술을 마셨으면 어쩔 뻔했을까.
영화는 2시간 내내 총 쏘고 폭탄 터지고 고함 지르다 끝났다. 귀는 멍하고 정신은 혼란스럽고 머리는 띵했다. 눈이 아팠다. 내 취향과 180도 달랐다. 음향을 너무 잘 살리려다 보니 대사가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함께 영화 본 열여덟 명 가운데 두세 명만, 그나마 볼만했다고 했다. 어떤 여직원은 고개를 돌렸다. 아들 또래 게임에 미친 친구들은 좋아할지 모르겠다.
이야기 전개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말도 시시했다. 반전이라고 넣은 장면도 누구나 예상할 만했다. 2024년을 상정했다 하더라도 국제정세를 너무 안이하게 예측했다. 남북관계와 미중대결이 씨줄과 날줄로 엮였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우리나라에도 '람보'가 등장한 건 반가운 일이다, 라고 해둔다.
영화비는 아깝지 않았다. 다달이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하여 각종 문화행사 비용을 깎아준다. 영화비는 1만원이었는데 6000원만 받았다. 열여덟 명이 모두 7만 2000원 덕봤다. 그 돈으로 팝콘과 콜라 사 먹었다. 새로 개장한 엠비씨네에서 경품권을 준 덕분에 더 덕봤다.
그래도 이 영화는 인기가 높을 것이다. 감독과 주연 배우가 유명해서이다. 남북관계는 일단 관심을 끌기도 한다. 아들 또래 젊은층 아니라도 게임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 많으니 그것도 영화 흥행에 도움을 줄 것이다. 볼 사람과 안 볼 사람이 확연히 갈라지게 될 것으로 본다. 아무튼 개봉 첫날 21만 명이 보았다 하니 21만분의 1은 된 듯하다.
2018. 12. 27.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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