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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생일

by 이우기, yiwoogi 2018. 12. 6.





음력으로 10월 20일 태어난 내 올해 양력 생일은 11월 27일이다. 일주일 훨씬 지났다. 엊저녁에 뜻하지 않게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술김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거실 컴퓨터 앞에 얌전하게 놓았다. 꽃을 받는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별놈 아닌 내 생일을 알뜰히 챙겨준 많은 분들께 은혜 갚을 길이 아득하다.


극단 큰들 마당극을 올해에만 서른세 번 본다. 관람 후기 원고는 870장 넘는다. 그걸 아래한글로 얼기설기 엮어서 인쇄하여 제본했다. 책을 출판한 건 아니다. 머리말에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행복 글 창고'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라고 썼다. 완성한 날짜가 11월 27일이었다. 준비할 때 완성 날짜를 미리 정했더랬다.


지난해엔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라는 책을 냈다. 주문인쇄형(POD) 방식으로 낸 것이다. 스스로 글 쓰고 교정하고 엮었다. 발행 날짜는 12월 7일이다. 음력으로는 10월 20일이다. 말하자면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속으로 흐뭇해했다.


2015년 <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라는 책을 냈다. 역시 주문인쇄형으로 냈다. 이게 첫 책이다. 어릴 적 추억과 아버지를 회고한 내용이 많다. 신문에 쓴 칼럼도 모았다. 내 삶과 생각 모음이다. 발행 날짜는 12월 1일이다. 머리말 말미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은 아직 철들지 않은 내가 지천명인 나에게 주는 인생 첫 선물이다." 12월 1일은 음력으로 10월 20일이었다. 


1967년 10월 20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태어났다. 양띠다. 이름은, 아주 어릴 땐 '행기'라고 불렀는데 지나가던 스님이 '우기'로 바꾸라고 해서 호적에 그렇게 등록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내 이름이 행기인 줄 알았다. 행기보다는 우기가 좋다. 허섭스레기처럼 살아가는 인생에도 이름이 있고 생일이 있고, 또 생일을 기억하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냥 행복하다. 


2018. 12. 6.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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