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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북 페스티벌

by 이우기, yiwoogi 2018. 11. 2.



 

나는 책을 좋아한다. 사는 것 좋아하고 읽는 것 좋아한다. 남들이 책 주면 좋아하고, 내 책 남 주는 것도 좋아한다(귀한 책은 안 준다). 집 거실엔 책이 너무 많다. 이제 더 둘 데가 없다. 사무실 내 자리에도 제법 있다. 서점 가는 것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것 좋아한다. 책이 좋다.

 

그러나 은 싫다. 책을 가리키는 영어인 (book)’은 싫다.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 아트, 북 콘서트, 북 카페, 북 라이트이런 말 다 싫다.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죄다 없앨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나라도 안 쓰면 된다. 내 주변에서도 안 쓰면 좋겠다.

 

내가 사는 도시인 진주에서 북 페스티벌을 한다. 진주시가 주최하고 새마을문고 진주시지부가 주관하며 진주교육지원청과 국립진주박물관이 후원하는 행사이다. 관계자 분들께 고마운 마음부터 전하고 싶다. 올해 여덟 번째라고 하니 이제 시민들 사이에서 제법 소문이 났을 것이다. ‘진주가 책을 사랑한 날에~’라는 표어도 꼭 마음에 든다.

 

이미 여덟 번이나 한 행사를 놓고 지금에서야 시비 걸어서 좀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 80, 800회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행사 이름을 바꿀 수 없을까.

 

행사 이름을 책 축제’(또는 책 잔치, 책 한마당, 책으로 놀기, 책 즐기기, 책 벌레 모여라, 책과 함께... 이런 제목도 생각해 볼 만하겠지)라고 하고 외국 사람과 영어 병에 빠진 한국 사람을 위하여 ‘book festival(북 페스티벌)’이라고 조그맣게 영어로 써 주면 안될까. 나는 지금에라도 그렇게 하는 게 맞고 옳다고 본다.

 

나는 책을 가리키는 영어인 은 싫어하지만 ~~” 울리는 북은 아주 좋아한다. 큰북작은북 다 좋아한다. 북소리 많이 들리는 마당극을 좋아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2018. 11. 2.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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