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뮬리(Pink muhly)’는 벼과 쥐꼬리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가을에 분홍색, 자주색, 보라색 꽃이 풍성하게 핀다. 같은 벼과 식물인 억새와 닮아 ‘분홍억새’라고도 부른다.
올해 유난히 이 식물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원래 있던 토종 억새를 베어내고 분홍억새를 심었다고 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분홍억새는 과연 예쁘고 신비롭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 나들이 장소로 분홍억새밭을 찾는 듯하다. 분홍색이 올 가을을 대표하는 빛깔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들머리 사이트에 보이는 검색어는 대충 이렇다.
경주 핑크뮬리, 함안 핑크뮬리, 부산 대저생태공원 핑크뮬리, 서울 핑크뮬리, 양주 나리공원 핑크뮬리, 전주 수목원 핑크뮬리, 한강 핑크뮬리, 대전 핑크뮬리, 경주 핑크뮬리 군락지, 함평 핑크뮬리, 하늘공원 핑크뮬리
왜 ‘분홍억새’라고 해도 될 것을 발음하기도 어려운 ‘핑크뮬리’라고들 쓸까. 영어에 아주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분홍억새’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어려운 말을 쓰기보다는 누구나 다 아는 쉬운 말로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 올해처럼 크게 유행할 때 우리말 이름을 제대로 붙여 놓으면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분홍억새’를 검색하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
안동 낙동강변 '분홍억새 경관단지 조성(경북일보), 분홍억새 만개… 몽환적 꽃길속으로(경북도민일보), 잠원한강공원 그라스정원에 '분홍 억새' 물결(서울파이낸스), 분홍억새 살랑이자 내 마음도 일렁일렁(인천일보), 태화강 대공원 분홍억새정원 조성(와이티엔)
‘분홍억새’와 ‘핑크뮬리’가 아직은 다투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너도 나도 ‘분홍억새’를 더 많이 열심히 썼으면 한다.
2018. 11. 2.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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