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아이피(VIP; Very Important Person)’라는 말이 있다. 실제 발음은 ‘비아이피’에 가까다. 그냥 ‘브이아이피’라고 해두자. 중요 인물, 요인, 귀빈이라는 말이다. 사전에서는 이렇게 풀이한다. “요인(要人), 귀빈(貴賓) 등으로 번역되어 사용되며, 정부의 중요인물이나 국빈같이 특별하게 대우하여야 할 중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인적자원관리용어사전)
국가 행사에서는 주로 대통령을 가리킨다. 도청 단위 행사에서는 도지사가 해당한다. 한 대학의 행사에서는 총장이 해당한다. 행사를 마련하는 쪽 말고 손님을 가리키기도 한다. 외부에서 오는 손님 중 가장 높은 한두 사람을 가리킨다. 모든 행사 관계자들이 가장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이고 의전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브이아이피는 한 사람, 많으면 세 사람 정도이다. 더 많으면 브이아이피가 아니다.
브이아이피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실제로는 중요 인물이 아닌데도 중요 인물로 대접해 준다. 그렇게 대접해 주지 않으면 화를 낼 것 같다. 그러니 열 명, 많게는 쉰 명 넘게 브이아이피로 대접한다. 그러면 어찌될까. 브이아이피 개념이 엷어져서 그냥 일반 손님처럼 취급하게 된다. 길 가다 “사장님!” 하고 부르면 여남은 명이 돌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브이아이피로는 모자란다고 느끼나 보다. 브이브이아이피(VVIP)가 나왔다. 나온 지 꽤 됐다. 브이브이아이피는 ‘매우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일까. 수많은 브이아이피들이 일반 손님으로 격하되고 브이브이아이피가 중요 인물이 된 것일까. 웃긴다. 세월이 흐르면 브이브이아이피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브이브이브이아이피(VVVIP)가 나올 텐가. 이러다가 브이아이피(VIP) 뜻이 ‘매우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이 아니라 ‘매우 무리한(있을 수 없는) 사람(Very Impossible Person)’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8. 10. 30.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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