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옷은 대충 입는다. 모자도 쓴다. 양말은 신은 채다. 자동차 열쇠를 찾는다. 10시 정각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아들 태우러 가는 길이다. 늘 즐겁다.
‘그래도 고3인데….’ 하는 마음이 4월말에서야 문득 들었다. 임플란트 수술 때문에 술 못 마실 때 마침내 생각난 것이다. 저녁에 집에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간다. 다른 약속 생기면 그게 우선이다. 부모 자격 미달이다.
애타는 부모들이 제법 많다. 집이 먼 것이 더 큰 이유이리라. 운동장 돌고 운전석에서 스마트폰 게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계를 몇 번이나 본다. 라디오는 재미 없는 시간이다. 이삼십 분이 한두 시간 같을 때도 있다.
요즘은, 곳곳에서 찍은 큰들 마당극 동영상을 본다. 자동차 시동 끄고 스마트폰 소리를 높이면, 1인용 극장 같다. 본 장면을 몇 번 본다. 전혀 지겹지 않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알던 대사가 새롭게 해석된다. 묘하고 신기하다.
시간 되면 교실들은 소란스러워진다. 다 들린다. 누가 먼저 교실 불을 끄는지 경쟁한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똑같이 생겼다. 어두워서일까. 아들은 한참 뒤에 걸어온다. 극장은 막을 내린다.
2018. 10 . 5.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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