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1인용 극장

by 이우기, yiwoogi 2018. 10. 5.




저녁 9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옷은 대충 입는다. 모자도 쓴다. 양말은 신은 채다. 자동차 열쇠를 찾는다. 10시 정각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아들 태우러 가는 길이다. 늘 즐겁다.


그래도 고3인데…. 하는 마음이 4월말에서야 문득 들었다. 임플란트 수술 때문에 술 못 마실 때 마침내 생각난 것이다. 저녁에 집에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간다. 다른 약속 생기면 그게 우선이다. 부모 자격 미달이다.


애타는 부모들이 제법 많다. 집이 먼 것이 더 큰 이유이리라. 운동장 돌고 운전석에서 스마트폰 게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계를 몇 번이나 본다. 라디오는 재미 없는 시간이다. 이삼십 분이 한두 시간 같을 때도 있다.


요즘은, 곳곳에서 찍은 큰들 마당극 동영상을 본다. 자동차 시동 끄고 스마트폰 소리를 높이면, 1인용 극장 같다. 본 장면을 몇 번 본다. 전혀 지겹지 않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알던 대사가 새롭게 해석된다. 묘하고 신기하다.


시간 되면 교실들은 소란스러워진다. 다 들린다. 누가 먼저 교실 불을 끄는지 경쟁한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똑같이 생겼다. 어두워서일까. 아들은 한참 뒤에 걸어온다. 극장은 막을 내린다.


2018. 10 . 5.

시윤

'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명 조식  (0) 2018.10.16
큰들 마당극과 토지문학제  (0) 2018.10.11
쎄라토  (0) 2018.10.04
미스터 션샤인  (0) 2018.10.03
저승사자  (0) 201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