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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몸에 좋은 것

by 이우기, yiwoogi 2018. 5. 8.

처가에서 구절초액을 보내왔다. 너덧 달째 하루 하나씩 먹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구절초액을 먹는 것이다. 냉장고 안에 있다. 뜨거운 물에 잠시 담갔다 먹으면 딱 좋다. 첫맛은 약간 쓴데 조금 있으면 달달한 침이 고인다. 참 신기한 약이다. 아직도 두어 달치는 남았다. 간에 좋단다. 술 자주 마시는 사위를 위한 어른들의 배려가 눈물겹다.

 

 


하늘과 땀과 바람이 길러낸 흑마늘진도 있다. 야쿠르트에 취직한 졸업생이 오래전 갖고 왔다. 스무 개 남짓 들었던 것 같은데 서너 달째 먹고 있다. 아까워서 잊을 만하면 하나씩 꺼내 먹는다. 일주일에 하나씩 먹으면 유효기간 내에는 다 먹겠다. 그러는 동안 그의 마음을 느낀다. 그의 밝은 표정과 정다운 목소리를 기억한다.

 

 

검은참깨로 만든 고칼슘 두유 베지밀도 있다. 치아 치료 중인 나를 위해 아내가 24개들이 한 상자를 오늘 샀다. 하루 하나씩 먹어도 거의 한 달치이다. 하나 먹어보니 정말 고소하고 달다. 요즘 달달한 게 유독 당기는데 참 잘됐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옮겨 심은 인공뼈에도 좋고 잇몸에 심어 놓은 임플란트도 튼튼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 하나만 먹었는데도 입 안에 원기가 돋는 것 같다. 흥감이다.


 

 

이렇다. 나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데 자꾸 뭘 챙겨준다. 고맙기도 하고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여긴다. 그런 사랑을 먹으며 좀더 건강해야지 다짐해 본다. 무엇으로든 언제까지든 갚으며 살아야지 마음먹는다. 가족이라고 해도, 친척이라고 해도, 친구라고 해도, 선후배라고 해도 무엇 하나 나눠주고 챙겨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늘 받고만 사는 것 같다. 반성한다.

 

내가 가진 무엇을 까닭 없이 나눠주고픈 사람이 있다. 그것이 물질이든 아니든. 동정심이라고 할 수 없으니 사랑이라고 할 수밖에. 무엇을 나눠주는 건 서로에게 좋다.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 복 받을 일이다. 내가 아무리 차고 넘쳐도 무엇 하나 주기 싫은 사람도 있다. 무엇을 나눠주고픈 까닭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어도 주기 싫은 까닭은 갈래갈래가 구만 가지나 된다. 다 말할 수 없으니 그냥싫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해롭다.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싫었던 감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미웠던 마음을 조금씩 녹여가며 뭐든 띄엄띄엄 나눠주도록 해볼 일이다. 그러다 보면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언제 싫어하고 미워했느냐 싶게 새로운 사랑의 감정이 싹틀 수도 있을 것이다. 언 땅에 복수초(福壽草)가 꼼지락꼼지락 돋아 나듯이. 그러고 나면 서로 몸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을 것이다.

 

무엇을 나눠줄 수 있을까. 둘러본다. 별것 없다. 시간을 내어 힘든 사람 하소연을 좀 들어 줄까. 돈을 내어 배고픈 친구 밥을 좀 사 줄까. 마음을 내어 외로운 사람을 좀 위로해 줄까. 읽은 책은 돌려 읽고 입던 옷은 기부하고. 그렇게 조금씩 나줘주고 퍼뜨려 주면 마음이 부풀어오를 것이다. 그건 분명 몸에 좋은 일이다.

 

검은참깨 한 개를 먹고 나면 잇몸이 더욱 튼튼해지겠지. 배도 덜 고프겠지. 흑마늘 하나를 먹고 나면 검은 머리카락이 새로 나올까. 구절초액을 다 먹고 나면 글쎄, 간이 더욱 생기발랄해져 말술도 두렵지 않게 될까. 몸이 나아지면 마음은 얼마나 올라갈까. 마음은 얼마나 밝은 햇살이 될까. 받은 사랑 돌려주고 싶다. 받은 것보다 더 크게 더 많이 돌려주고 싶다.

 

201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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