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은 스스로 먹었다. 보통 땐 여섯 시면 밥을 먹는데 일곱 시가 넘었으니 좀 출출했던 것이다. 밥 안치고 냉장고 안 장엇국 데웠다. 삶은달걀도 하나 먹었다. 쉬는 날이니까.
컴퓨터를 켰다. 출근하면 아침 일곱 시부터 여덟 시 사이에 하는 언론기사 스크랩을 집에서 했다. 안해도 되는 것이지만, 하고 나면 내일 아침이 더 수월할 것이므로.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중간고사 치르는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주었다. 아침에 학교 태워주는 건 어쩌다 토요일에 한번씩 하는 일이다. 평소 땐 출근한 뒤에 일어나니까 태워주기 어렵다. 애비 노릇 한 번 했다. 쉬는 날이니까.
혈압약이 떨어져 내과 갔다 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너덧 분이 와 있었다. 혈압이 낮게 나왔다. 요즘 술을 줄인 탓인지, 어제 늦게 잔 탓인지 알 수 없다. 좀 어지럽지 않느냐 묻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니 누웠다 바로 일어나면 약간 어지럽다. 먹던 것보다 좀 약한 약을 처방해 주었다. 쉬는 날이라서 좋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뒀던 겨울 옷들을 세탁소에 맡겼다. 아내와 함께 한 차 가득 싣고 갔다. 10만 7000여 원어치다. 동네 가까운 곳은 노동절이라 문을 열지 않아 좀 먼 데까지 갔다. 쉬는 날이니까.
점심시간쯤, 오전 시험을 끝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곤하니 좀 태워달라는 거다. 윗도리 하나만 대충 걸치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들과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표정은 밝다. 자기들은 쉬는 날도 아니면서.
집에 오자마자 이것저것 넣어 찌개를 끓이고 즉석 요리를 데웠다. 내 입맛에 맞는 걸 먹고 싶었다. 아내는 텔레비전 영화를 보고 아들은 밀린 카톡을 확인하는 듯했다. 쉬는 날이니까.
잠시 쉰 뒤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 갔다. 비염이 심한 탓이다. 이비인후과는 오전만 진료한다고 써 붙여놨다. 아침에 내가 갔던 내과에 다시 갔다. 독서실에 태워 주고 오는 길에 운동화 빨래방까지 들렀다. 쉬는 날이니까.
이제 잠시 쉬었다가 석갑산이나 한 바퀴 하고 와야겠다. 아내와 함께. 내려오는 길에 숙자네나 어울림 가서 국수나 한 그릇 해야겠다. 막걸리는 참아야겠지. 그래도 쉬는 날이니까. 명색 노동자의 날인데...
2018. 5. 1.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에 좋은 것 (0) | 2018.05.08 |
---|---|
처갓집 전화번호 (0) | 2018.05.08 |
단골 이발소를 어디로 옮겨야 하나 (0) | 2018.04.30 |
소나무 같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0) | 2018.04.24 |
아내가 고맙다 (0) | 2018.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