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李佑基) 아형(雅兄) 자설(字說)
지난해 성년의 날, 제가 고학(古學)을 공부하고 있으니 저에게 자(字)를 지어줄 것을 간절히 청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자는 학식과 덕망이 뛰어난 스승이나 어른이 성년이 된 사람에게 지어주어서 이름 대신 부르게 하는 것입니다. 성년이 된 사람에게 이름 대신 자로써 호칭하는 것은 자 속에 그 사람의 삶에 대한 기대와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한사코 사양하였습니다. 어느덧 1년이 지나고, 다시 성년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자를 부탁한 분을 대할 때마다 늘 가슴 깊숙이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이제 그 빚을 갚고자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직장의 아형(雅兄) 이우기(李佑基) 님이 바로 그분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아내와 자녀에게 충실하며, 형제간에는 우애를 실천하였습니다. 사회에서도 기쁜 일이 있으면 나의 일처럼 찾아가 축하해 주었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 같이 고민하고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분이 참석하는 모임에 나가 교유하는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우리 사회의 반듯한 인품을 갖춘 분들이었으며, 모임을 화기애애하게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분의 행실과 말에 이언(二言)을 하는 사람을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습니다.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성실한 몸가짐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 가정과 사회에 비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비는 항상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가뭄을 만나면 농부는 비를 내리게 해 달라고 하늘에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비를 많이 내리게 되면 도리어 피해를 입게 됩니다. 비는 내려야 할 때 내리고, 그쳐야 할 때 그쳐야 고마운 비가 되는 것입니다. 때 맞추어 내리는 비를 우리는 ‘단비’라고 부릅니다. 가뭄에 지쳐 쓰러져 있던 풀과 나무가 단비를 만나게 되면 금세 파릇파릇 생기가 돌게 됩니다. 맹자는 그러한 비를 ‘시우(時雨)’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외람됨을 무릅쓰고 아형의 이름 ‘우(佑)’자에 근거하여 자를 ‘시윤(時潤)’으로 지어봅니다. 우(佑)는 우(祐)와 같은 뜻이니, 하늘이 도움을 베풀어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도움을 때와 장소에 맞게 한다면 농사에 단비가 내려 농작물에 생기가 돌게 되는 것과 같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시윤 같은 분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화목하고 윤택해질 것입니다. 시윤으로 저의 염원을 담아 드리오니, 이 사회에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2018년 5월 21일
손제(損弟) 이정희 삼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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