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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이우기의 포토북

by 이우기, yiwoogi 2017. 7. 31.

페이스북을 들락날락하다가 <볼록북>(Bollog Book)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간단히 말하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밴드 따위에 올린 사진을 모아서 사진집으로 만들어주는 곳이다. 일반 사진을 책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구미가 당겼다. 굳이 책으로 인쇄하여 남겨야 할 만큼 귀한 사진도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잊어버릴 것 같은 추억도 없지만 어쩐지 자꾸 마음을 움직였다. 725일 일을 저질렀다.

 

이 회사 홈페이지(https://www.bollogbook.com)에 갔다. 따로 회원 가입을 할 필요 없이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할 수 있었다. 사용하는 SNS 계정이면 아무것이나 로그인 가능하다. 이건 참 편리하다.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을 모조리 인화하고 싶어졌다. 중복되거나 아주 필요 없는 것은 삭제할 요량이었다. 사진을 불러오니 2490장이나 되었다. 볼록북은 200쪽 이내로 제작할 수 있는데 너무 많은 것이었다. 50쪽 분량은 지워야 했다.

 

201097일부터 2017719일까지 7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스쳐 지나간 일, 재미있는 사연이 묻어 있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하나하나 살피면서 아주 많은 사진을 지웠다. 술이 포함된 사진은 몇 장만 남기고 모조리 지웠다. 가장 재미있고 즐거웠던 추억이었지만 그걸 사진책에까지 담고 싶진 않았다. 풍경 사진 가운데 비슷비슷한 것을 제법 지웠다. 이렇게 비교적 덜 중요한 사진들을 지우고 또 지워 겨우 분량을 맞췄다.

 

지우지 못한 사진들은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내 얼굴, 가족 얼굴 나오는 사진은 모두 남겼다. 읽었거나 읽기로 다짐하고 올린 책 사진도 모조리 남겼다. 읽은() 책은 어쩌면 내가 다닌 여행이나 먹은 음식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표현해줄 것만 같았다. 내가 만든 음식, 내가 차린 밥상 사진도 웬만한 건 남겼다. 음식 사진 중 집에서 찍은 건 거의 내 작품이고 식당에서 찍은 건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것이다. 물론 아닌 것도 있다. 이렇게 하고 보니 7년도 아주 짧고 간단하게 요약되고 정리되었다. 가격은 만만찮다. 190쪽인데 77000원이나 줬으니.

 


그렇게 만든 <이우기의 포토북>이 오늘 배달되어 왔다. '포토북'보다는 '사진집' 또는 '사진첩'이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무튼,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더니 정말 1주일 만에 왔다. 일단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흑백 사진을 가운데 앉혔고 표지 색깔도 내가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로로도 만들 수 있고 세로로도 만들 수 있는데 나는 가로형을 택했다. 사진첩이니까. 책장을 넘겼다. 목차가 나오고 날짜 순으로 사진이 나왔다.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날짜가 적혀 있어서 언젯적 추억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몇몇 사진을 빼고는 인화 상태도 좋고 종이도 마음에 들고 사진 배치한 것도 흡족하다. 중간 표지에 담긴 사진도 좋다. 어쩜 내 마음을 이렇게 꿰고 있는가 싶다. 완벽하다고까지는 못하겠지만, 90점 이상을 준다.


사진은 크고 작은 것들이 가로 세로로 날짜별로 펼쳐지는데 하나하나에 추억과 기억에 오롯이 묻어 있다. 장난스럽게 찍힌 내 얼굴에서부터 가족과 함께 한 사진. 산과 바다와 강과 꽃과 잠자리와 풀과 나무와 구름들 사진. 국밥과 국수와 찌개와 라면과 막걸리와 소주들 사진.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사진. 어머니와 형제들과 처가 식구들과 아들과 아내 사진. 내 일터와 놀이터와 밥집과 술집 사진. 아버지 산소와 절과 뒷산 사진. 경상대와 대아고의 사진. 진주와 안산과 남해와 산청과 고성과 포항과 경주와 전주, 팽목항, 보성 등의 사진. 그리고 사진의 3분의 1은 넘음 직한 책들의 표지 사진.

 

이 사진들은 두고두고 나를 위로할 것이다. 책꽂이에 꽂아두기보다는 책상 위에 얹어 놓고 날마다 넘겨보며 미소지을 것이다. 가방에 넣어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것 한 번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 물어볼 것이다. 그런 행동조차도 나를 위로할지 모른다. 아무튼 고마운 선물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사진은 201097, 아마도 프로필 용으로 올린 것으로 보이는 얼굴 사진이고, 가장 나중에 나오는 사진은 최근 다녀온 보성 거북정과 경상대 앞 국수타임에서 찍은 사진이다. 대략, 가장 많은 종류는 책 표지와 꽃 사진이고 가장 귀한 사진은 우리 세 가족 사진이다. 딴 사람이 보면 이게 무엇이 중요한가 하겠지만, 정말 사진 하나하나에 스민 추억과 기억은 참 좋기만 하다. 딴 데서 가져온 사진도 몇 장 있다.

 

2017.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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