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휴대폰 없는 하루

by 이우기, yiwoogi 2017. 7. 24.

휴대폰을 휴대하지 않고 출근했더니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구나...

일어나 아침밥 먹고 출근할 동안(6~7시) 휴대폰으로 엠비시(MBC) 에프엠 라디오를 듣는다. '세상을 여는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인데, 날씨도 알려주고 시답잖은 부장님개그도 한다. 아침에 들음 직한 노래도 틀어준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랄까 지혜랄까 그런 것도 보내준다. 아침 짧은 시간에 제법 여유를 준다. 꽤 괜찮은 종합정보채널이라고나 할까.

밥 먹고, 이 닦고, 옷 입고, 양말 신고 하다 보면 귀로는 라디오를 듣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출근하여 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큰 행사는 없는지 밀린 원고는 없는지 점심, 저녁시간에 중요한 약속은 없는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훑어본다. 그때는 마치 작은 수첩을 펼쳐 놓고 스캔하듯 한다. 어떤 날은 내가 수첩에 적어넣은 글이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까지 떠오른다. 나는 아직은 아날로그가 더 좋다.

그러고 나서, 반드시 휴대폰을 집어들어야 하는데 그냥 현관문을 나서게 된다. 남겨진 아들과 아내에게 라디오 노래를 더 들려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현관문을 열고 아내와 아들과 인사를 나눈다. 간혹 아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자동차 시동을 걸다가 아차! 하며 다시 올라가기도 하고, 2~3분 가다가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면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건넨다. 좀더 머릿속이 여유로울 때는 왼쪽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 오른쪽 주머니에 차 열쇠, 뒷주머니에 지갑을 확인하기도 한다.

오늘은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휴대폰 두고 온 것을 몰랐다. 사무실에서는 티비에스(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다. 하지만 오늘은 휴대폰 찾아 가방을 뒤지고 호주머니를 죄다 뒤졌다. 그러고 나서야 집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됐다. 카톡으로 휴대폰 두고 왔다고 집에 알렸다. 아내는 혹시나 차 타고 가다가 되돌아올까 싶어 현관에 얌전히 세워놓았다.

점심 시간에 약속이 없으니 집에 다녀와야겠다. 아니다, 내버려 두자.

2017. 7. 24.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우기의 포토북  (0) 2017.07.31
강남빈대떡  (0) 2017.07.28
진주시청 누리집  (0) 2017.07.24
하늘이 노랗다  (0) 2017.07.24
개척  (0) 20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