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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강남빈대떡

by 이우기, yiwoogi 2017. 7. 28.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릿집 문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 가지 돈이 없어

들어갈 땐 폼을 내며 들어가더니

나올 적엔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뒷문으로 도망치다 붙잡히어서

매를 맞누나 매를 맞는구나

와하하하 우섭다 이히히히 우서워

우헤헤헤 우섭다 웨헤헤헤 우서워

와하히히 우하하하 우습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

 

-한복남, <빈대떡 신사>

 

빈대떡은, 한푼도 없는 신사가 집에 가서 함부로덤부로 부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고소하면서도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빈대떡은 많은 재료와 정성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한낱 막걸리집 안주로만 취급할 수준의 음식이 아니다.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전병처럼 부쳐 만든 음식인데 원래 빈자(貧者)떡으로 불렸단다. 가난한 사람의 떡이라는 말이다. ‘빈대라는 이름은 어쩌다가 붙었을까. 하지만 요즘은 귀한 대접을 받아 마땅한 건강식이다. 빈대떡을 전문으로 하는 막걸리집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진주 호탄동엔 <장금이>가 있다.

 

진주 강남동 육거리곰탕 맞은편에 널찍하게 자리잡은 <강남빈대떡>은 제대로 된 막걸리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주와 맥주도 판다. 동동주는 없다. 안주값도 대체로 싼 편이다. 빈대떡, 뼈족발, 땡초지짐, 오징어볶음, 순두부찌개를 차례로 먹어보았다. 모든 게 만족이었다. 다음엔 해물파전, 후라이드치킨, 잡탕 등 나머지 안주도 먹어봐야겠다. 밑반찬들도 짭조름한 게 인기였다. 멸치와 미나리 반찬은 몇 접시를 비웠다. 이 집 안주인 솜씨는 반할 만하다는 결론을 선뜻 내릴 만하다.

 

뼈족발은 한손으로 집어들고 뜯어 먹는 재미가 있다. 많이 질기지 않아 씹어먹는 맛이 있다. 땡초지짐은 미리 여러 장 구워 놨다가 데워 주는 것 같았는데 제법 바삭하다. 가운데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좀 눅진하다. 오징어볶음은, 보통은 냉동 재료를 쓰기 때문에 질기고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덕분인지 말랑말랑했다. 간이 알맞게 배어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조금 매우니까 매운 음식에 약한 사람은 조심할 만하다. 순두부찌개는 밥반찬으로 보인다. 사람에 따라서는 맨 먼저 먹어도 좋을 만하다. 입 안을 맵짜게 해주므로 막걸리를 마구마구 부를 것이니까.

 

벽지를 신문으로 발라 놓은 것도 마음에 들고, 실외에 자리를 만들어 둔 것도 마음에 든다. 날씨가 조금 시원해지면 바깥자리부터 차게 될 것이다. 동그란 술상이어서 세 명에서 예닐곱 명까지 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여러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찼는데 시끄럽지 않았다. 공간이 넓은 덕분이다. 넓은 공간을 크게 세 곳으로 분리해 놓은 덕분이다. 주인은 냉장고에 있는 술 알아서 갖다 먹으라고 한다. 부르면 직접 갖다 주지만. 막걸리 두 병씩 주전자에 부어 놓고 양재기 술잔에 따르는 것도 운치 있다. 손님이 늘어날 때마다 술잔, 젓가락 갖다 나르느라 다리 운동 좀 했다.

 

이 집 사장으로부터 공짜 술을 얻어 먹었거나 장차 얻어 먹을 요량으로 이 글을 올리는 건 아니다. 좋은 술집은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일기...2017.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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