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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개척

by 이우기, yiwoogi 2017. 7. 24.



석갑산은 요즘 들어 자주 올라가는 산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간다. 
그리 높거나 크지 않은 산인데도 여기저기서 올라가고 
이리저리로 내려가는 길이 제법 많다. 
처음 몇 달 동안은 같은 길을 주로 다녔다. 
같은 길도 갈 때마다 다르게 보였다.
요즘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편이다.
새로운 길은 새로워서 좋다.


어제는 꼭대기에서 대아고 방향으로 내려가 
약속 장소로 걸어갈 예정이었다.
한번 가본 길이다. 
대아고로 이어진 산은 숙호산이다. 
대아고는 숙호산 기슭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꼭대기에서 잠시 걸어 내려가는데 길이 낯설다. 
잘못 들어섰다. 
하지만 어디로 나오나 보자 하고 계속 내려갔다. 
멀리 대아고가 보인다. 
자동차 바퀴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으로 봐서 서진주나들목 근처 같다.
맞았다. 
서진주나들목 앞 인공폭포 옆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굴(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굴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 자리에서 이런 사진 찍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동차로 지나가면 십 초 정도 걸리는 굴이 
왜 그렇게 긴지 알 수 없었다. 
굴 안은 탁하고 시끄럽고 무섭고 어지러웠다. 
독 안에 든 쥐가 된 기분이었다.
오 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오십 분은 걸은 것 같다.


다시는 이 길을 걸어서 지나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좀 거시기했다.
그래도 새로운 길 개척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사람과 먹은 안주가 나를 위로했다.


어제 일기다.

2017.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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