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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쓰담쓰담

by 이우기, yiwoogi 2017. 7. 5.

아이폰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그중에 김용민 브리핑이 있다. 한때 팟캐스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13위다. 5월에는 잠시 방송을 쉬더니 얼마 전 다시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경제의 속살을 진행한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동아일보>에서 오래 일했나 보다. 그가 설명하는 경제 이야기, 경제 관련 이야기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날마다 듣는 재미가 있고 배울 것도 많다. 주말에는 5일치를 한 개 파일로 올려준다. 또 듣는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그의 팬이다.

 

이완배 기자가 올해 초 <민중의 소리>의 경영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면서 후원회원을 모집한다고 했다. 어쩌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인데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미안해 하면서 말하는 것에 내가 넘어갔다. 다달이 1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이 무렵 2500명 남짓 새로 후원회원으로 가입했는가 보다. 진정으로 고맙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완배 기자가 쓴 문자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 뒤 한 달에 한 번씩 문자가 온다. 정기후원금이 결제됐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꼬박꼬박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 아무튼 잘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어제는 좀 색다른 문자가 왔다. 좋은 소식이라고 시작한 문자다. “민중의 소리 유튜브 채널이 드뎌드뎌 실버버튼을 달게 됐답니다. 유튜브 실버버튼은 십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채널에게 주는 명예버튼이거든요. 8년 세월에 대한 노고를 치하받고 있다 그런 느낌이랄까요? 고생했다고 쓰담쓰담해 주는 것 같아 무척이나 뿌듯하게 느껴진답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쓰담쓰담이라는 말에 눈이 꽂혔다. 처음 듣는 말이 아니어서 낯설지 않았다. ‘쓰담쓰담이라는 말에 윤기가 흐르는 것 같이 느껴져서이다.


 

쓰담쓰담은 표준어가 아니다. 그냥 쓰담도 아니다. 이런 글을 쓸 때 표준어인지 아닌지부터 이야기하는 내가 좀 못나 보인다. 어쨌든 말뜻은 대번에 알겠다. ‘쓰다듬어 주다또는 쓰다듬어 주는 모양을 가리키는 짓시늉말(의태어)쯤 되겠다. 쓰다듬다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 어루만지다라는 뜻이다. ‘우기는 아들의 볼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아이는 강아지를 연방 쓰다듬고 있었다.’처럼 쓴다. 그런 행동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런 동작을 잇따라 하는 것같이 느껴진다. 쓰담쓰담이라는 말에서도 그런 행동이 보이는 것 같다.

 

이수시인이란 분은 들머리(포털) 사이트 다음의 질문답변하는 곳에다 이렇게 썼다. “쓰담쓰담과 토닥토닥은 왠지 모를 정감을 준다. 기존의 감수성과는 다른 요즘 세대의 디지털 감수성의 표현이라고 할까? 인터넷을 통해서 울고 또 웃는 요즘 세대의 새로운 감수성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긍정적이다.” 내 생각과 거의 같다. 네이버 지식 인 오픈국어에는 쓰다듬다를 의성어로 표현한 신조어라고 설명해 놓았다. 소리시늉말도 되는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를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이 말을 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곳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찾아보니 쓰담쓰담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다섯 곡이나 된다. 놀랍다. 들어보거나 아는 노래는 하나도 없다. 서귀포 치유의 숲, 숲속 음악회 쓰담쓰담개최라는 기사도 보인다. 켈리 ‘10승 투수의 쓰담쓰담’, 지진으로 놀란 마음 쓰담쓰담’, 안철수, ‘쓰담 쓰담반려동물 보호정책 발표라는 기사도 있다. ‘쓰담쓰담 치료요법이라는 말도 있는가 본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 살다 보면, 쓰담쓰담해 주고 싶은 일은 많다. <민중의 소리>가 유튜브 실버버튼을 달게 된 것도 그중 하나겠다. 축하해 주고 싶은 일, 격려해 주고 싶은 일, 위로해 주고 싶은 일, 북돋아주고 싶은 일은 아주 많다.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거나 어깨를 쓰담쓰담해 주거나 엉덩이를 쓰담쓰담해 주고 싶은 일이 많다. 엉덩이는 상대방을 잘 가려서 쓰담쓰담해 주어야 한다. 잘못하면 큰일난다. 쓰담쓰담을 받은 이는 힘이 나고 기운이 날 것이다. <민중의 소리>처럼 뿌듯해할 수도 있다. 표정을 환하게 펴거나 울음을 멈추거나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쓰담쓰담은 사람을 웃게 만들고 힘나게 만드는 명약이라고 할 만하다.

 

누리망(인터넷)이나 누리소통망서비스(SNS) 같은 데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 넘쳐난다. 빼박켄트, 낄끼빠빠, 케바케, 버카충, 캠리, 밥터디. 이런 말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이런 것을 우리말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이 아닌 것도 아니어서 참 난감한 말이다. 쓰담쓰담도 우리말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섣부르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쓰담쓰담이 문법규칙에 맞게 태어난 말은 아니지만(‘쓰담쓰다듬다의 준말도 아니니까), 잘 간직하고 사용하다 보면 꽤 널리 쓰임 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2017.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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