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이모’와 ‘삼촌’이 지천인 세상

by 이우기, yiwoogi 2016. 8. 4.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반찬이 떨어지면 사장님,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사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아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주 가는 식당이라면 친근함을 담아서 아지메!”라고 부른다. 남자 사람이 심부름하고 있으면 아저씨!”라고 부른다. 어쩌다가 젊은 여자 사람이 있으면 사장님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주머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하여 아가씨!”라고 한다.

 

대학시절 자주 가던 느티나무라는 이름의 학교 앞 칼국수 집에서는 노상 어무이~”라고 했다. 애교를 부리며 어무이~”라고 부르니, 별 수 있나, 뭐라도 좀더 챙겨주셨고 외상도 달아주셨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젓가락 두드리며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도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런 시대였으니까. 술집에 가면 일부러 장난치느라 주모라고 불렀다. 사극의 대사를 흉내내면서. 나는 그런 문화나 언어에 익숙한 세대이다.

 

요즘 식당에 가면 죄다 이모!”라고 부른다. 처음 이모, 여기 밥 좀 더 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저 친구는 어머니, 이모와 함께 식당에 밥 먹으러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모를 부를 때는 님 자를 잘 안 붙이는데 참 특이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좀 젊은 남자 사람을 부를 때는 죄다 삼촌이다. 외삼촌도 아니고 그냥 삼촌이다. 그렇게 불리는 이모와 삼촌들은 그것을 아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 나는 이런 부름말에 대하여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사람을 이모라고 부르니 참 친근해 보인다. 생각해 보면, 이모는 어머니의 여동생이나 언니로서 내가 어렸을 때 나를 업어주고 안아주던 분이다. 맛있는 과자를 잘 사주던 분이고,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울고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와 달래주던 분이다. 얼마나 고맙고 다정한 분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사람들은 손님이 자기를 이모라고 불러주면, 우리가 대개 기억하고 있는 그런 이모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갖고 싶어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잘 붙여진 부름말 같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사람을 고모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고모 또한 아버지의 여형제로서 이모와 같이 우리들의 어린시절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채색해준 분이 아니던가.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사람을 고모라고 부르지 못할 까닭이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고모는 나와 성()이 같지만 이모는 다르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사람의 성이 나와 같을 가능성보다 다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이모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 사람을 부르는 말은 왜 삼촌일까. 삼촌의 성은 나와 같고 외삼촌의 성은 나와 다를 확률이 더 높은데.

 

식당이나 술집에서 이모’, ‘삼촌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이 보이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아주머니, 아줌마, 아저씨, 아가씨, 총각, 사장님, 주방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여기요!”라고 해도 괜찮다.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면 다정해 보이고 친근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올바른 부름말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이 아르바이트하는 젊은 남자 대학생에게 삼촌아!”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무척 어색하게 보인다. 그럼, 심부름하는 젊은 여자 대학생을 부를 때는 이모야라고 할 것인가 싶은 생각까지 하다 보면 징그럽다. 그렇다고 애써 막지는 못하겠다. 흘러가는 구름을 막을 수 없고 흐르는 물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2016.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