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이런 글을 만났다.
“미대 교육이 정상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미대 교육이 정상 가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쓰면 어떨까.
어떤 게 더 자연스러운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린 것일까.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같다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일까.
나는 이런 쓰잘 데 없는 고민을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 하곤 한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답을 못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흥미롭고 그래서 재미있다.
나만 그런가...
위 문장의 경우, 뒤에 쓴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냥 그렇다. 이런 건 병이다.
좋아하는 김종길 님의 페이스북 글을 읽다가 이런 글을 만났다.
“편집자님과는 이번이 첫 대면이라는 사실”
갑자기 궁금해졌다.
“편집자님을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로 쓰면 어떨까.
이렇게 쓰거나 저렇게 쓰거나 마찬가지일까.
좀더 정확한 표현은 어떤 것일까.
좀더 우리말다운 건 어떤 것일까.
읽는 사람은 어떤 것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빨리 이해하는 데는 어떤 게 더 유리할까.
쓰는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쓰거나 또는 저렇게 쓸까.
그 차이는 무엇일까.
답도 없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또 몇 분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틀렸다, 맞다가 아니라 두 표현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는 데 생각이 멈추어지지 않는다.
병이 깊다.
좋아하는 윤성민 님 페이스북 글을 읽다가 이런 글을 만났다.
“낙엽도 여름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뜬금없이 낙엽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많은 사람은 ‘낙엽이 준비하는 것은 이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름과 헤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짧은 순간, 낙엽이 준비하는 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하나는 여름이고, 하나는 이별이다!
“낙엽도 여름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거나
“낙엽도 여름과 이별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거나
“낙엽도 여름과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으면
말맛, 글맛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과의’는 우리말다운 것인지도 생각해 본다.
‘이별’을 ‘헤어질’이라고 했을 때 그 느낌의 차이는 얼마나 큰 것인지 생각해 본다.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같은 표현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인지,
사람들은 그 표현의 차이를 느끼면서 쓰고 읽는지, 그것이 자꾸 궁금해진다.
이 또한 병이다.
2016.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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