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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정원꼬리곰탕

by 이우기, yiwoogi 2016. 7. 29.

진주시 장재초전하대동 쪽에서 옥봉장대동 쪽으로 가기 위하여 넘게 되는 말티고개가 있다. 말티고개 들머리에 에쓰오일 주유소가 있고 주유소 조금 못 미친 곳에 <정원꼬리곰탕>(752-3777)이라는 노란색 간판을 단 허름한 밥집 겸 술집이 있다. 나는 술집 쪽에 무게를 둔다.


 

나는 이 집에 두 번 가봤다.

 

한번은 닭찜과 옻닭을 먹었다. 옻닭은 국물만 조금 먹었는데, 구수한 정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옻을 타는 체질이 서러웠다. 닭찜은 맵고 고소하였다. 매운 맛은 젓가락질을 부채질할 만큼 매웠고, 고소한 맛은 소줏잔을 놓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입안과 입술이 약간 얼얼하면서도, 그래서 땀을 연신 흘리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었다. 마약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또 한번은 토종닭 백숙과 소꼬리찜을 먹었다. 토종닭 백숙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드러웠고 국물은 깊은 우물 같았다. 맨뒤에 먹는 죽도 죽기 전에는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맛이었다. 닭 껍질마저 입안에서 황홀하게 감기었다. 소꼬리찜은 맵고 또한 깊었다. 매실 열매를 통째 여럿 넣은 게 특이하였다. 역시 소주를 부르기는 매 한가지였는데,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했다. 싸 달라고 하니 맞춤한 그릇에 깔끔하게 담아 주었다. 소금에는 녹찻가루를 넣어주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닭똥집을 미리 내어준다.


 

이 집 옆 주차장과 식당 사이에 닭장이 있는데, 닭장에는 우락부락한 토종닭, 장닭과 암탉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다. 무서워서 감히 접근을 못할 지경이다. 그 놈들이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닭다리 뼈는 시커멓고 굵다. 신석기시대 유물 발굴할 때 나옴직한 모양과 빛깔이다. 토종닭인지 아닌지 0.1%도 의심할 수 없다.

 

식당 안 구조는 좀 복잡하다. 19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이다. 큰 방이 있고 조금 작은 방이 있고 더 작은 방도 있다. 그러니까 손님 숫자에 맞춰 방을 내어준다. 음식 종류를 보면 알겠지만, 예약을 하지 않고 가면 한참 기다려야 할 곳이다. 방안에는 조금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코를 싸맬 정도는 아니다. 벽에 걸려 있는 옛 사진과 그림들을 감상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된다. 서울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중년 남성도, 진주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젊은 여성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즈음 음식이 나오므로 저어할 까닭이 더욱 없다.

 

주인은 아줌마와 할머니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분이 주인이겠다. 할머니는 요리사로 보인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소주, 맥주 따위는 직접 가져다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심성이 고운 손님이라면 할머니가 들고 오는 음식그릇을 벌떡 일어나 받아들 만하다. 그런 점은, 어떤 이에게는 성가신 일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즐거움이고 추억이며 또한 고마움이다. 그런 연세에도 이렇게 맛난 음식을 변함없이 만들어주고 있으니.

 

가족끼리 가도 좋고, 직장 동료끼리 회식하기에도 좋다. 이런 저런 모임을 하는 분들이라면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봄직 하다. 나는 이 집과 개인적 인연이 없다. 처음 갈 때는 다른 분이 가자 하여 믿고 따라 간 것이고, 두 번째는 내가 가자 한 것인데 모두 만족하였다. 그러니 이런 데서 잠시 소개해 둔다고 하여 해될 것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더 갈 듯하다.

 

2016.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