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가 귀하던 시절이 있다.
소풍갈 때 사진관에 가서 손바닥만한 올림푸스 사진기를 빌리고 24장짜리 필름을 사서 휘파람 불던 때가 있다. 그게 뭐라고 어깨에 힘도 들어갔다.
요즘은 사진기가 지천에 널렸다.
전화기가 곧 사진기이다. 사진 품질도 최상급이다. 디지털 사진기 덕분에 필름값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귀하디 귀한 동영상도 곧잘 찍는다.
모두가 사진 전문가이다.
하늘도 찍고 꽃도 찍고 얼굴도 찍는다.
실력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찍는 데는 웬만큼 익숙해졌다고 본다. 노래방 덕분에 전 국민이 가수가 되었듯이.
그런데도 사진기를 들이대면 어색해하는 사람이 많다.
찍히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하하, 호호 웃다가도 사진기를 들면 표정이 굳어진다. 그런 사람을 잘 웃기는 사람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 나를 찍으려고 하면 되도록 즐거운 표정을 지어주는 편이다.
찍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게 몸짓, 표정을 지어주는 편이다.
그순간도 재미있지만, 그렇게 하여 나중에 사진 한 장을 받으면 흐뭇해진다.
그런 사진이 소중한 추억이 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공식, 비공식 사진을 찍는다.
직업 때문이다. 그럴 때, 전문용어로 ‘피사체’가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그런 경험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여행길에, 밥먹다가 누군가 문득 사진기를 들이대면 익살스러운 표정, 즐거운 표정, 행복한 표정을 지어줄 일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런 사진 한 장이 삶을 가멸지게 하고, 인생을 흐뭇하게 해줄 것이므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6. 7. 13.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0) | 2016.08.05 |
---|---|
정원꼬리곰탕 (0) | 2016.07.29 |
남해 미조 삼현식당 (0) | 2016.06.20 |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발길에 눈길에, 그 길에 [대아고18회30주년] (0) | 2016.06.19 |
횡천 매실과 뽈똥이 추억으로 발효될 날 (0) | 2016.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