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냥에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넘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할까 말까 망설였다. 하더라도 잘할 것 같지 않았고 그럴듯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한 명에게라도, 0.1%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신청해 버렸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모교인 대아고등학교에서 마련한 ‘전문직업인과의 만남’에 강사로 나가게 되었다. 고등학교에서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학과)과 직업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마련한 재능기부 행사이다. 우리 지역의 전문직업인이나 동문, 학부모 들을 대상으로 강사를 모집하였다. 내일, 5월 24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이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자 신청한 학생은 18명이다.
홍보일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고등학생들이 잘 모를 것 같아서이다.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고 현재 직업도 고등학생 앞에서 자랑삼아 이야기할 만한 건 못 된다. 함께 강사로 참여하는 사람은 23명인데 아는 분이 몇 명 있다. 경상대 교수도 보인다. 이야기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기자직(언론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생겼고 대학의 교직원에 대해서도 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하였다. 1시간 30분 정도 이야기하고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면 된다. 내용은 부족하고 줄거리는 갈팡질팡이다. 하다보니 내 자랑이 좀 섞였다. 자랑을 하나의 사례로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파워포인트로 만들었기에 살을 붙여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바림하면서 자꾸 내용을 보충해 보았다. 억지로 시간은 때우겠구나 싶다.
18명 가운데 몇 명은 기자가 되고, 몇 명은 대학 교직원이 되고, 몇 명은 홍보실 직원이 되어 10년쯤 뒤에 다시 만나지게 될까 생각해 본다. 기자가 된다면 정직하고 성실한 기자가 되라고 해야겠고, 교직원이 된다면 대학행정의 달인이 되라고 말해야겠고, 홍보실 직원이 된다면 무슨 홍보협의회 같은 데서 만나지게 되면 좋겠다고 말해야겠다.
‘목표’이고 ‘꿈’이니까 거창하게 말해주고 싶다. 기자가 되려면 잘 나가는 언론사 문을 두드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큰 신문사, 큰 방송사 기자가 되라고 해야겠지. 대학 교직원이 되느니 차라리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대학 교수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홍보실 직원이 되느니보다는 홍보실을 거느린 회사의 경영인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를 위하여 더 큰 일, 더 많은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2016.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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