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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그러든 말든

by 이우기, yiwoogi 2016. 5. 22.

어디에 무엇으로 서 있든

빛깔이야 붉든 노랗든

장다리로든 꺼꾸리로든

봄 햇살 따스히 비추는 곳이든

뜨거운 태양 내리꽂히는 곳이든

내 마음 하나 간직하면 된다.

 

척박한 땅에 버려진 작대기이든

콘크리트 틈에 날아앉은 홀씨이든

떠밀려가는 쓰레기 속이든

똥파리 달려드는 두엄더미 곁이든

내 빛깔 하나 퇴색하지 않으면 된다.

 

벌나비 날갯짓 평생 기다리든 말든

피워낸 꽃 열매를 맺든 말든

뻗어나간 뿌리 삽날에 잘리든 말든

모진 태풍에 허리를 꺾일지언정

엄동설한 북풍한설에 삭정이가 되더라도

내 향기 하나 팔지 않으면 된다.

 

스스로 서 있고 저절로 붉어지며

마음껏 향기 뿜고 깜냥대로 버텨내고

발길 닿는 대로 인연 끄는 대로

가다 보면 쉴 날 있고 쉬다 보면 가을이겠지

머리에 톡 떨어지는 열매 하나 주워 들고

다시 길을 나서면 되는 것을, 그러든 말든


2016.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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