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적인 느낌’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는가 보다. 찾아보았다. 이지형이라는 가수가 부른 모양이다. 가사는 대강 이러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단 것쯤 나도 알아/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정리가 안돼/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느낌적인 느낌//Oh baby 내게도 이런 축복 같은 일이/Oh baby 그댈 만나러 가는 이 기분 (이런 기분)” 마크툽이라는 가수도 있는 모양인데 같은 제목의 노래를 부른 것 같다. 가사에 이렇게 나온다. “I'm in love/I'm weirdly swayed by you baby/머리부터 발끝까지 날 미치게 해/느낌적인 느낌/치명적인 향기/나를 부르고 있잖아” 또 있다. 온에어사운드라는 가수도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지어서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가사는 모르겠다. 찾아지지 않는다. 세 가수가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몇몇 인터넷 언론, 스포츠 신문에서는 제목과 본문에서 ‘느낌적인 느낌’을 마구마구 쓰고 있다. ‘정진영, 배우의 느낌적인 느낌’, ‘[추석풍경] 같지만 다른 느낌적인 느낌’, ‘'느낌적인 느낌 달라진' 제국의아이들의 '대박의 꿈'’, ‘써니, 주황빛으로 물들인 모습으로 섹시함 과시 "제5원소적인 느낌적인 느낌"’, ‘박재범, 선글라스 화보서 스트릿 감성 방출! 느낌적인 느낌 충분’, ‘실제 연인 같은 '느낌적인 느낌?'’ 대강 찾아봐도 이렇다. 여기에서 ‘느낌적인 느낌’은 모두 그냥 ‘느낌’이라고 써도 된다. 말장난은 가려 볼 줄 알아야 한다.
누리집을 둘러보면 ‘느낌적인 느낌’이 어떤 뜻인지, 유행어인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질문이 아주 많다. 내가 보기엔 노래 때문이다. ‘느낌적인 느낌’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이 말을 아무 생각없이 마구 써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을 쓰는 건 자유이다. 문법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본다. 평소 ‘생각을 하면서’ 말하는 이라면 쓰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말이다.
‘느낌적인 느낌’을 분석해 본다. 이런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느낌’은 무엇인가. ‘어떤 대상이나 상태, 생각 등에 대한 반응이나 지각으로 마음속에 일어나는 기분이나 감정’이다. 간단히 말하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기분이나 감정’이다. ‘느낌이 좋다’라고 쓰거나 ‘이 음악은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으로 들으면 된다’, ‘글쓰기 교육은 좋은 책을 선정해 읽고 느낌을 써 본 뒤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처럼 쓴다.(보기글은 ‘다음’에서 가져옴)
다음 ‘적’은 무엇인가. 한자로 ‘的’이라고 쓴다. ‘과녁’이라는 뜻이다. ‘표준’이라는 뜻으로 읽기도 하는가 보다. 대학 ‘문학개론’ 시간에는 ‘어름어름할 적’이라고 불렀다. 이게 가장 알맞은 풀이처럼 보인다. ‘어름어름하다’는 무엇인가. ‘말이나 행동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자꾸 주춤거리는 것’이다. 어름어름한 말은 언제 쓰는가. 분명하지 않을 때, 자신이 없을 때, 책임을 미루고 싶을 때 쓴다. 가령, ‘민주 사회’라고 하면 민주주의가 확립된 사회를 가리키지만, ‘민주적 사회’라고 하면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는지 아닌지 자신이 없는 경우이거나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았다고 쓰면 잡혀갈 것 같을 때 쓴다.
그러면 ‘느낌적인 느낌’이란 무엇인가. 어떤 기분이나 감정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의 느낌이라고 할까. 느낌이라고 하려니까 뭔가 정의되거나 정리되거나 결정된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자니 조금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 같은 상태라고 할까. 애매하다는 뜻이다. 모호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 기분을 뭐라고 잘라서 말하기 어려운 때, 어떻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때이다. 느낌을 온도계처럼 높낮이를 수치로 표시할 수 있을까. 무게처럼 잴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 즉 애매한 상태, 모호한 상태, 어떤 기분이나 감정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도 ‘느낌’이다. ‘느낌’이라는 말 한 마디면 모든 상황을 다 설명할 수 있다. 굳이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덧말을 갖다붙일 필요 없다. 내 마음에 뚜렷하게 정리되는 것이든, 뜬구름 같이 흘러가는 마음이든, 정처 없는 나그네 발걸음이든 간에 그것이 곧 느낌이다. 맨 앞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리가 안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자체도 그냥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다. 그것을 다시 비틀고 꼬아서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말할 까닭이 없다. 말장난이다. 괜히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말을 만들어서는 대중을 현혹하려는 수작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2016.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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