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광주까지 연결하는 ‘88고속도로’는 1984년 왕복 2차로로 개통했다. 정식 명칭은 ‘88올림픽고속도로’이다. 88올림픽을 기념하는 도로라는 것이다. 하지만 1980년 군사쿠데타로 들어선 전두환 정권이 민심을 달래기 위하여 급조한 고속도로라는 말이 더 많았다. 도로가 좁은데다 중앙분리대마저 없어 개통 이후 31년간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770명에 달했다. 고속도로라는 이름보다 ‘죽음의 도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도보다 못한 고속도로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88고속도로가 31년 만에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 개통했다. 이 고속도로는 담양군, 순창군, 남원시, 장수군, 함양군, 거창군, 합천군, 고령군 등 8개 시군을 통과한다. 확장 개통으로 광주에서 대구까지 주행거리는 182㎞에서 172㎞로 줄고 통행속도도 시속 80㎞에서 100㎞로 빨라져 통행시간이 132분에서 102분으로 30분 단축된다고 한다. 어떻게 계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간 물류비용이 760억 원(유류비용 연간 101억 원, 시간편익 연간 659억 원) 절감되며 광주~대구 이동 시 화물차 한 대당 유류비는 1930원, 시간가치는 7140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힘든 공사를 해준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고속도로의 새 이름은 ‘광주-대구 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 이름을 지을 때 기점과 종점의 도시 이름을 연결해 짓는데 기점ㆍ종점 도시 가운데 좀더 서쪽, 남쪽에 있는 도시 이름을 먼저 쓰도록 국토부 예규에 규정돼 있다고 한다. 한쪽에선 ‘광대’라는 이름이 좀 거시기하니까 대구와 광주의 우리말 이름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서 ‘달빛고속도로’라고 부르자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달빛’을 불러주면 이름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좀 받아들여 괄호 안에 적어넣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2월 22일 열린 개통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축사를 한 모양이다. 신문 제목에 “이 도로는 창조경제 상징”이라고 돼 있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무엇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몇 해 전을 떠올려보면 ‘이제 창조경제 개념이 좀 정착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되는 개념이니까. 산업화 초기의 의지를 되새기며 지속적으로 변화와 도전을 당부했다고도 한다. 고속도로 하나 개통한다고 영호남 화합이 더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를 계기로 “지역의 자발적인 교류가 더욱 활발해져 지역 화합의 커다란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대통령의 말과 같이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해 보았다. 대통령이 개통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할 것이었다면 가장 먼저 “잘못 만들어진 고속도로로 인하여 지난 31년 동안 비명에 간 770여 영혼의 해원(解寃)을 빈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것이다. 최근 3년간(2012~2014)에도 연평균 11.3명이 교통사고로 숨져 전국 고속도로 평균(6.8명)보다 사망자가 2배 가까이 많았다. 이들은 자신이 운전을 잘못한 탓도 있겠지만, 잘못 만든 고속도로를 오랫동안 방치해온 국가의 직무유기 때문에 억울하게 일찍 세상을 하직했다고 여기고 있을지 모르잖은가. 그런 원혼(冤魂)들에게 이제라도 명복을 빈다고 한 마디 해 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2015. 12. 23.
(사진은 동아일보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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