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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나오는 말

by 이우기, yiwoogi 2015. 12. 12.

신들메를 고쳐 매고 길을 나선다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글 쓸 때도 즐거웠고 블로그라는 뒤주에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도 즐거웠다. 만석꾼이 부럽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라는 가게에 내놓을 땐 낯이 많이 간지럽긴 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뒤주 속 글을 다시 끄집어내어 만지작거리는 시간도 행복했다. 기한을 못 박고 갈 방향을 정하고 나서는 들뜨기도 했다. 이제 이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무릅쓰기로 한다.

이 책에 실은 글은 모두 개인적인 것이다. 일기와 같다. 따라서 어떤 글은 읽는 사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반박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견해가 같으면 좋겠지만 다른 것도 역시 좋은 일이다. 그런 너그러움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읽을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이제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열심히 읽고 써야 한다.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오 년쯤 뒤에, 어쩌면 십 년쯤 뒤에 다시 책 한 권을 묶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까지 정신 멀쩡히 살아있다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꾸준히 파고들어 볼 생각이다. 그 주제는 우리말과 우리글, 그리고 우리 사회일 것이다. 공부를 더 많이 하여야 한다. 나를 다시 글 감옥으로 보낸다.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