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처남의 처가는 프랑스에 있다. 파리는 아닌 것으로 안다. 그의 장인, 장모와 가족들은 우리 집에 몇 번씩 다녀갔다. 긴 휴가를 얻어 세계 곳곳을 여행할 때 한국은 당연히 무조건 찾는 곳이고 남쪽으로 돌아본다면 우리 집은 중간 기착지가 된다. 그만큼 가깝다. 처남댁은 우리말 우리글을 아주 완벽하게 구사한다. 처남과 둘이 책도 두 권이나 내었다. 글로벌 부부이다.
11월 14일 나의 장인 생신 모임 하러 안산으로 가는 길에서 프랑스 테러 소식을 알았다. 마음이 아팠다. 걱정도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잇따라 전해지는 속보를 곁눈으로 보면서 차를 몰았다. 안산 도착하자마자 처남댁에게 사돈어른의 안부를 물으니 다행히 별일 없다고 한다. 마침 파리에 볼일이 있어서 시내에 있긴 했는데 현장에서는 먼 곳에 있었나 보다. 처남댁의 여러 친구 중 연락이 닿지 않은 분이 있다 하는데, 화를 당한 것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했다.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한 사건도 이렇게 가까운 일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프랑스는 ‘똘레랑스의 나라’로 알고 있다. 고등학교 3년과 대학 1년 합하여 4년 동안 프랑스어를 배웠는데도 똘레랑스라는 말은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말은 배웠지만 문화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다. 똘레랑스는 사전에서 ‘자기와 다른 종교ㆍ종파ㆍ신앙을 가진 사람의 입장과 권리를 용인(容認)하는 일’이라고 한다. 특정한 종교나 신앙내용ㆍ형식을 절대시하여 남을 배제하지 않고 신교(信敎)의 자유를 인정하는 일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홍세화의 이 책이 나왔을 때 ‘똘레랑스’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다시피 하였다. 프랑스는 똘레랑스의 나라이다.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IS는 Islamic State의 약자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니파계 무장단체라고 한다. 이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테러, 암살, 살해, 폭파, 자살, 무장, 공격, 원리주의 이런 말밖에 없다. 그들은 왜 국제사회에서 테러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나라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테러를 저지르는 것일까.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악마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 스스로 그러한 행위를 성전이라 일컫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프랑스와 IS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프랑스는 왜 IS의 표적이 되었을까.
온 세상이 프랑스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가 얹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잔인무도한 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 배후로 지목된 IS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도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루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양이다.
프랑스에 깊은 애도와 추모의 정을 보내면서, 몇 가지 질문해 본다. IS는 왜 그런 짓을 저지를까. 유럽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종교 문제에서 원인을 짚어볼 수 있을까. 만일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하여 IS에 강력하게 대응하면 이제부터는 테러는 없어질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그 어떤 원인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으로부터 우리나라는 안전할까. 우리는 어쩌면 미국이나 프랑스의 시각에서만 이 문제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테러를 저지르는 IS의 입장을 두둔하거나 이해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근본 원인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누가 좀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기 전에는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를 얹는 일을 좀 미루어두고 싶다.
20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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