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사회에 대한 내 생각

등에 화살을 맞은 고양이를 보면서

by 이우기, yiwoogi 2015. 11. 18.

어제 오늘 사이에 고양이에게 활을 쏜 한 남자 사람의 이야기가 화제다. 화살에 맞은 고양이가 화제의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이 내용을 어느 언론사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는데 댓글이 줄을 이었다. 주로 활을 쏜 사람을 성토하는 내용이었고, 막말과 쌍욕도 몇 개 보였다. 이 사람을 두둔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 사람은 평소 고양이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데다 출근길에 고양이가 쓰레기봉투까지 훼손한 것을 보고 화가 나 활을 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화살을 등에 꽂은 고양이 사진을 보니 불쌍해 보였다. 동물 애호가들이 화를 낼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정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이 사진을 봤다면 경악했을 법하다 싶었다.

 

이런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 왜 그 고양이는 화살을 맞아야 했나 생각해 본다. 평소 길거리와 집 근처에서 마주친 고양이의 행태를 생각해 본다. 그보다 먼저 아주 어릴 적부터 불러오던 도둑고양이라는 말이 어느새 없어지고 요즘은 길고양이라고 하고 줄여서 길양이라고들 하는가 보다. 시절의 변화를 느낀다.

 

명절이나 제삿날 본가에서 생선을 찌고 전을 부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고양이다. 집 근처에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득실거린다. 이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집 근처를 얼씬거리며 호시탐탐 생선 도막을 훔쳐갈 기회를 노린다. 제법 높은 데 얹어 놓았다고 생각한 생선을 고양이가 물어뜯어 어머니가 기함한 적도 있다. 나는 신발을 집어던지며 나쁜 고양이를 멀리 쫓았다. 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이놈들은 우리 집 대문 앞에 모여든다. 마치 우리를 놀리는 것 같고, 갖고 노는 것 같기도 하다.

 

여름 밤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데 어디에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치고는 처량하고 섬뜩하다.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밖으로 나가 울음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면 고양이들이 흘레붙느라고 지르는 소리다. 짜증이 인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을 뭐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인간과 사이좋게 공생하려면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한다. 달라질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이번 사건을 일으킨 내용도 사실 우리가 자주 목격하는 것이다. 배고픈 고양이들은 음식 쓰레기 봉지를 뒤져 죄다 흩어 놓는다.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흉하다. 아무도 치우려 하지 않는다. 물론 쓰레기 봉지를 찢어발긴 고양이는 죄의식 같은 걸 모를 테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저놈의 괭이 새끼를 확!’ 하는 생각이 짧게나마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밖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미워하게 되는 순간은 아주 많다. 운전할 때도, 등산할 때도, 심지어 늦은 저녁 취하여 귀가할 때도 고양이는 그리 반가운 친구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양이나 개, , , 염소 같은 동물을 가축으로 키울 때가 있었다. 시골에서 살 때다. , , , 염소는 내다팔기도 하지만 잡아먹기도 한다. 고양이는 관절이 좋지 않은 할매, 할배들 약으로 쓰려고 아주 가끔 고아먹기도 한다. 높은 데서 떨어져도 사뿐히 착지하는 것을 보면서 고양이 관절의 탄력성을 꿰뚫어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보고 들으며 자랐다. 키우던 고양이는 잠자고 있는 배위에 오르거나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들어 가르랑거리며 애교를 떤다.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맑은 눈빛으로 주인과 눈을 맞출 때는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게 있을 수 있겠나 싶어진다. 특히 아이들의 정서에 아주 좋다고들 한다.

 

길거리에 버려진(스스로 탈출한 고양이도 있겠지) 고양이는, 그러나, 아니다. 고양이 주인들이 좀더 책임을 가지고 잘 지키고 보호하고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리로 내쫓지 말고 버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쫓기거나 버려지거나 도망쳐 나온 고양이는 불쌍하게도 등에 화살을 맞거나 자동차 바퀴에 깔리거나 나 같은 인간을 만나면 돌멩이 세례를 받을지도 모른다. 운 좋으면 어느 식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남은 음식 찌꺼기를 동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요즘은 쥐새끼가 멸종하다시피 하였고 그 덕분에 쥐의 먹이이던 개구리는 더 늘어났고 쥐를 고양이와 나눠 먹어야 하는 뱀은 줄어든 모양이다.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동물을 사랑하자고 하고 가축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좀더 깊이,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고양이에게 활을 쏜 남자 사람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게 되겠지만 그를 도덕적인격적으로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그가 겪었을 짜증과 고통, 그리고 인내의 과정을 나는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방법으로 멀리 쫓을 수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굳이 활을 쏘아야만 했을까생각하지만, 그래서 벌을 받는 게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그가 받을 처벌은 과연 얼마나 당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2015.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