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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코스프레’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by 이우기, yiwoogi 2015. 7. 14.

다음은 언론 기사 제목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은 것이다.

 

의정부고 졸업사진 코스프레 화제’ (쿠키뉴스)

서유리 송민호 일침’, 잔나 코스프레 모습 보니? (세계일보)

코스프레 디테일의 그 끝 월드 코스프레 서밋 2015’ (노컷뉴스)

서유리 코스프레만 하고 살고파” (MBN)

신동욱 총재, 유승민 순교자 코스프레 국회 어리광” (에버뉴스)

 

코스프레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주로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본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한참 생각했다. ‘코스모스라는 말에서 나온 말일까 싶었다. 아니다. ‘프레는 보통 미리’, ‘먼저라는 뜻으로 쓰는데 말의 앞에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완전 다른 뜻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철 없이 좀 일찍 피는 코스모스를 이렇게 부르는가 싶었다.

 

인터넷에서 코스프레를 입력하여 검색하니 언론 기사가 죽 나온다. 이 말을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직접 귀로 들은 적도 거의 없는데 많은 사람이 이 말을 즐겨 쓰고 있었나 보다. 어딜 가면 무식하다는 소리 듣기에 딱 좋게 생겼다. 그럼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인터넷에서 찾은 것을 그대로 옮겨 본다.

 

코스프레(일본어: コスプレ 고스푸레) 또는 코스튬 플레이(영어: costume play)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캐릭터, 혹은 인기 연예인들이 하고 있는 의상을 꾸미어 입고 촬영회나 행사, 기타 장소에서 놀거나 전시하는 행위이다. -위키백과

 

그러니까 영어 코스튬 플레이를 줄여서 코스플레라고 하고, 이를 더 게으르게 발음하기 시작하여 코스프레로 정착한 게 아닌가 싶다. 게으르게 발음하기 시작한 게 정착한 것일 수도 있고, 이를 일본식으로 고스푸레라고 하던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코스프레로 약간 바뀐 것 같기도 하다.

 

뜻을 보면 대강 알겠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캐릭터, 인기 연예인들이 하고 있는 의상을 비슷하게 만들어 입고 노는 것을 가리킨다. 사진을 찍거나 우르르 몰려다니며 이런저런 장난을 치기도 하는가 보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배트맨 같은 것부터 캔디 같은 만화의 주인공도 그 대상이 되는가 보다. ‘코스프레숍이라는 것도 있단다. ‘코스프레에 필요한 가발이나 가방신발옷 따위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이겠지. 참 재미있게들 논다.

 

그러고 노는 것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코스프레이 말은 꼭 귀에 걸리고 눈에 거슬리고 목에 얹힌다. 자연스럽지도 않고 이상하기만 하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코스프레를 분장놀이로 순화하여 쓰자고 한다. 또는 의상연출’, ‘의상연기로 바꿔 쓰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다.

 

국립국어원에서 코스프레를 갈음할 우리말로 누리꾼이 제안한 450건 가운데, ‘변장놀이’, ‘본뜨기놀이’, ‘분장놀이’, ‘흉내놀이를 후보로 하여 투표를 진행한 모양이다. 그 결과 모두 1446명이 투표에 참여하였고, 748(51%)이 지지한 분장놀이코스프레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아주 잘 만든 말 같다. (이런 걸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런데 맨 앞에서 보기로 든 언론 기사의 제목에서 코스프레분장놀이로 바꾸면 뜻이나 말맛이 영 이상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코스프레라고 하면 그 뜻이 분명하게 얼른 다가오지 않는데 분장놀이라고 하면 얼굴 화장, 옷 색깔 같은 것이 얼른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유승민 순교자 코스프레라는 제목에서 유승민 순교자 분장놀이라고 하면 많이 어색하다. 이럴 때는 분장놀이보다 흉내내기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코스프레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말고 분장놀이라고 바꿔 쓰면 좋겠고, 좀 어색하다 싶으면 흉내내기, 흉내놀이, 의상연출, 의상연기, 변장놀이 따위로 바꿔 써 보면 한결 쉽고 뜻도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1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