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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벼룩시장, 플리마켓, 프리마켓

by 이우기, yiwoogi 2015. 7. 15.

벼룩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온갖 종류의 중고품을 팔고 사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시장은 어떤 지역에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서 정해진 짧은 시간 동안 물건을 사고파는 게 특징이다. 잠깐 동안 장이 섰다가 곧 없어지는 것을 벼룩이 폴짝폴짝 뛰는 것에 빗대어 벼룩시장이라고 하게 된 듯하다. ‘벼룩시장이라는 말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

 

벼룩시장은 원래 유럽 야시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용품을 직접 사고파는 장소를 말한다. 벼룩시장이 처음 생겨난 프랑스에서는 마르셰 오 뿌쎄라 부른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시에서 일정한 자리를 할당받는 정규 벼룩무허가 벼룩들이 한쪽 귀퉁이에서 각자 물건을 내놓고 파는데 경찰이 단속을 나오면 무허가 벼룩들이 반대편에 가서 물건을 팔거나 감쪽같이 없어졌다가 경찰이 가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유럽에서 이르는 벼룩시장을 영어로 하면 플리마켓’(flea market)인가 보다. ‘플리’(flea)벼룩이다. 한동안 벼룩시장이라는 말 대신 플리마켓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그냥 벼룩시장이라고 해도 다 알아볼 텐데 굳이 플리마켓이라고 하는 까닭을 모르겠던데, 그래도 다들 자주 쓰니까 적응이 되었다. 우리 어머니같이 나이 드신 분들은 플리마켓을 알아들을 리 없지만, 어차피 벼룩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문제없다.

 

요즘은 프리마켓이 유행이다. 이건 또 어디에서 온 물건인가. 이건 영어로 ‘free market’이라고 쓰겠지. 일정한 지역도 정하지 않고 시간도 정하지 않고 누구든 마음대로 자유롭게와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라는 뜻이겠다. 그냥 자유 시장이다. 그런데 프리마켓을 연다고 하여 직접 가보면, 그냥 벼룩시장과 똑같다. 벼룩시장이라고 하여 관공서에서 장소를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가격을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세금을 매기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사고판다. 결국 자유 시장이다. 내 생각에는 플리마켓을 누군가 잘못 알아 프리마켓이라고 쓰게 되었고, 쓰고 보니 자유 시장이라는 뜻이어서 그냥 굳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중고물품뿐만 아니라 새물품, 먹을거리 등을 함께 파는 형태, 가격도 자유롭게 정하는 형태를 플리마켓과 구분하여 프리마켓으로 쓰는 것 아닐까.

 

플리마켓이나 프리마켓 같은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그냥 벼룩시장이라고 하면 다 뜻이 통하지 않나. 생활정보지 <벼룩시장> 덕분에 이 말은 아주 널리 번지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하다. 반대로, 벼룩시장과 플리마켓과 프리마켓이 실제로는 각각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미세한 차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일일이 말을 만들어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일, 재래시장처럼 한 지역에 붙박이로 서는장이 있는데 누구나 와서 아무 물건이나 사고팔 수 있다면, 그건 말 그대로 자유 시장’(즉 프리마켓)일 수는 있겠지.

 

2015.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