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온다. 070-****이다. 받는다. 여자 기계가 말한다. “올레~!” 끊는다. 전화가 온다. 070-****이다. 받는다. 여자 사람이 말한다. “OO카드 000입니다. 이우기 고객님 맞습니까?” “맞는데요...” “네, 고객님, 뭐 어쩌고저쩌고...” 따발총 쏘듯 발사한다. “지금 바쁘고 저는 관심 없습니다.” “고객님, 어쩌고저쩌고...” “바빠서 끊어야겠습니다.” “고객님, 이번 기회 놓치면 어쩌고저쩌고...” 끊는다. 조금은 미안하다. 전화가 온다. 070-****이다. 받는다. 여자 기계가 말한다. “에스케이 텔레콤입니다...” 끊는다. 전화가 온다. 070-****이다. 받는다. 여자 사람이 말한다. “이우기 고객님 맞습니까?” “네, 맞는데요.” “네, 고객님 ○○생명 누구누구입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바쁘고, 보험 관련 특별히 궁금한 게 없는데요.” “고객님, 이번에 출시한 무슨무슨 보험은...” 끊는다. 좀 미안해진다.
내가 궁금한 게 생겨서 통신사나 카드사나 보험사에 전화를 건다. 여자 기계가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000입니다. 고객님의 정보 확인을 위하여 주민번호를 누른 뒤 샵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누른다. “감사합니다. 가입은 1번, 해지는 2번, 뭐는 3번, 뭐는 4번...” 번호를 누른다. “안녕하십니까?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음악이 나온다. 좀 있다가 다시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입니다...” 끊는다. 좀 있다가 다시 전화한다. “000입니다. 고객님의 정보 확인을 위하여 주민번호..” 주민번호 누르고 샵을 누른다.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가입은 1번, 해지는 2번...” 번호를 누른다. “안녕하십니까? 모든 상담원이...” 끊는다.
전화가 온다. 070-****이다. ‘통화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가지지 않는다. ‘뭐야, 이 번호’라는 앱에 번호를 입력하여 검색해 본다. 휴대폰 광고 또는 보험회사, 카드사라고 뜬다. 나보다 먼저 스팸등록한 사람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다. 나도 스팸 등록하고 차단해 놓는다. 그렇게 차단한 번호가 10개는 넘는다. 이제 안 오겠지? 천만의 말씀. 또 070-**** 번호로 전화가 온다. 070은 진화한다. 070만 보면 노이로제 걸리겠다. 070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007이면 차라리 낫겠다. 아, 070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통신회사야, 카드사야, 보험사야. 070 운영할 돈 가지고 제발 상담원 좀 더 늘려 달라. 모든 상담원이 그렇게 항상 통화 중이라면,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제발 좀 부탁하자. 070 좀 없애고 상담원 좀 늘려라. 제발 좀 부탁하자.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전화하여 가입시켜 달라, 교체해 달라, 약관 바꿔 달라 할 테니 제발 전화 좀 하지 마라. 근무 시간 중에는 근무 중이라 그런 전화 받을 만큼 한가하지 않고, 퇴근 뒤에는 좀 쉬어야 하니 그런 전화 받고 싶지 않다. 너희들 입장을 통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다. 그러니 너희들도 제발 내 입장 좀 이해해 달라. 제발 부탁이다.
201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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