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그의 아들 노건호 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한 말을 두고 말이 많다. 대부분 노건호 씨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상주가 조문객을 그렇게 대접하면 되느냐 따진다. 정치를 할 것이냐 묻는다. 배후가 있다고 근거 없는 소문도 퍼뜨린다. 어린 나이에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조롱한다. 노건호 씨는 43살이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나는 '이건 좀 아니다'하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노건호 씨였다고 해도 그 정도는 말했을 것 같다. 오히려 더했을 수도 있다. 쌍욕을 퍼부어줬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불공대천의 원수가 사과 한마디 없이 나타났는데 정중한 예로 맞이하란 말인가. 죽은 뒤에는 또 어떻게 했나. 부관참시하다시피 걸핏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덤에서 끌어내어 난도질하지 않았나. 그래도 참으라고? 그래도 상주로서 예를 다하라고? 그래도 웃으며 악수하라고?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노건호 씨는 점잖게 말했다. "제발 나라 생각하면서 정치 하시라. 사과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고...
그러던 중 오늘자 <서울신문> 칼럼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준 내용을 만났다. 정말 새누리당이, 그 당의 대표인 김무성 씨가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그러한 마음으로 조문을 가겠다고 했더라면 이렇게 됐을까 싶다. 모두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논설위원의 글에 동감한다.
가해자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자꾸만 예를 다하라, 도리를 다하라고 윽박지르는 우리 사회가 무섭기만 하다. 작은 교통사고가 나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만일 피해자가 입원했으면 병원으로 찾아가 다시 한번 사과하고 난 뒤에 합의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더러, 어쩌다 마지못해 찾아온 가해자에게 웃으며 맞이하지 않는다고 욕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는 그러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작은 교통사고가 아니잖는가.
그래서 무섭다. 가치가 전도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씨줄날줄] 불공대천지수 /문소영 논설위원
(전략)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예의를 갖추는 게 맞다. 그러나 김 대표나 그의 소속 정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훌륭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강압수사 등에 수치심을 씻지 못해 2009년 5월 자살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인인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을 북한에 포기했다는 등의 종북 이미지를 씌웠고, 정권을 잡은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장이 국가 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논란을 키웠다. ‘사초실종’ 논란으로 확대했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됐다.
전직 대통령을 근거 없이 비방·비난하는 등 큰 무례를 범하고 국가 기밀을 노출해 국익을 훼손했으며, 허위 사실로 국론 분열을 조장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을 비난할 수 있는가. ‘예기’의 정신으로 묻고 싶다.
전문 다 보기: http://goo.gl/Y9xn2e
201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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