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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4월은 분노와 슬픔으로 왔다

by 이우기, yiwoogi 2015. 4. 1.

41일이다. 봄의 한가운데이다. 봄은 살아남, 보여줌, 들뜸, 설렘, 기대, 희망 같은 낱말과 어울리는 계절이다. 사라짐, 슬픔, 아픔, 굶주림, 가난, 죽음 따위 말과는 거리가 먼 계절이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부터 봄, 그 가운데 특히 4월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외국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 때문이겠지. 그런데 이제 우리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뇌 속에 각인되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201541일부터 경남 각 학교의 무상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시민단체,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진주 지수초등학교 학부모회는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천막을 치고 임시식당을 설치했다. 직접 닭백숙을 끓여 초등학생 49명과 병설 유치원생 5, 통합급식을 하는 지수중학생 25명에게 점심을 먹였다. 이들은 한국전쟁 피난민이 아니다. 날씨마저 궂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중단을 규탄하는 교사 선언을 발표했다. 교사 1146명이 서명했다. 경남도내 980여 학교 가운데 160170곳에서 교사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해 점심 한끼 단식을 했다고 한다. 경남도교육청은 4112개 시35개 초고등학교에서 210명이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경남도에서는 그동안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던 756개 학교(전체 학교 990) 학생 285000여 명 중 218000여 명이 급식비를 내고 점심을 먹어야 한다. 시계가 몇 년 전으로 뒷걸음쳤다. (<연합뉴스> 보도 참조)

이런 일을 두고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경남도청은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배후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무섭다. 우리 사회가 레드 콤플렉스에서 적잖이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종북이라는 말이 갖는 무시무시한 폭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모든 논란과 반대여론을 일거에 잠재우는 도깨비방망이라고 할까, 재갈이라고 할까. 정말 두렵다. 따라서 도의회의 중재노력을 존중한다.”는 경남도교육감의 말씀은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린다.

20144세월호침몰 사건으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에게 평균 42000만 원, 교사에게 평균 76000만 원의 배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뉴스를 보는 마음은 참담하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진상규명도 아직 못했다. 그 많은 학생들이, 일반인들이 차가운 바다 속 캄캄한 세월호 안에서 어떻게 절명하였는지 아직 모른다. 정부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여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배상금부터 받으라고 하는 게 맞나.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대하는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비판하는 쪽 주장은 이렇다.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의 조사권을 무력화하고 있는 해수부 시행령은 사무처의 인력과 예산을 축소하고 위원회 사무처의 주요 직책을 정부 파견 고위 공무원이 장악, 조사대상이 되는 기관의 공무원들이 특조위를 사실상 통제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민서명으로 만든 세월호 특별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을 다시 한 번 철저히 농락하는 시행령이라는 게 시민 사회 단체의 주장이다.

봄꽃이 한창이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매화, 동백, 목련, 제비꽃 들이 자태와 향기에서 서로 뒤질세라 앞다퉈 피어나고 또 지고 있다. 저마다 봄꽃같이 아름답고 향기롭고 예쁘게 피어나려던 단원고 학생들은 모두 불귀의 객이 되어 차디찬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봄이 무색한데 꽃은 웬 말인가. 저마다 봄꽃같이 마주앉고 둘러앉고 나란히 앉아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할 학생들은 어른들의 정치 논리에 휘말려 때 아니게 천막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활짝 웃으며 예쁘게 피어나야 할 학생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 이러고도 역사가 진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 어른 구실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어 버렸다. 논쟁과 논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달아오르고 있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차갑고 검은 거대한 절벽 앞에 선 사람들은 돌아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주저앉지도 않는다. 오로지 절벽을 부수거나 넘어설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 벽을 뚫고 벽을 넘어 마침내 봄꽃 환하게 웃는 희망의 4월로 달려가려고 주먹을 쥐고 있다. 마음의 끈을 조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내 웃을 수 있을 것인가. 2015.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