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산문 <말하다>(문학동네)를 읽는다. 책 속에 글쓰기라는 일에 대해 소설가 김영하가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밑줄을 그어 놓고 여기에도 몇 가지 옮겨 놓는다.
"요컨대 사람들은 그 어떤 엄혹한 환경에서도, 그 어떤 끔찍한 상황에서도, 그 어떤 절망의 순간에서도 글을 씁니다. 그것은 왜일까요? 글쓰기야말로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마지막 자유, 최후의 권능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도 글만은 쓸 수 있습니다." (56쪽)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압제자들은 글을 쓰는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굴복을 거부하는 자들이니가요." (57쪽)
"글쓰기는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자신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던 것들, 외면했던 것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57쪽)
"글쓰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잊고 싶었던 과거를 생생하게 우리 앞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자기의 과거라는 어두운 지하실의 문을 열어젖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58쪽)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좀더 강해지고 마음속의 어둠과 그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힘을 잃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자기해방의 힘입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편견, 나약함과 비겁과 맞서는 힘이 거기에서 나옵니다." (59쪽)
"죽음을 앞둔 순간은 인간이 가장 나약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런 순간까지도 글을 쓰거나 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그럴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아직 최종적으로 패배하지 않았다는 생생한 증거지요." (59쪽)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입니다.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폭력에 맞설 내적인 힘을 기르게 되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됩니다." (60쪽)
201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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