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다가 책 기사나 광고를 만나면 유심히 본다. 어떤 책이든 좀 찾아서 읽는 편인지라 그런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작가가 누군지 확인하고 출판사를 챙겨보고 소개글도 자세히 읽어본다. 책 두께와 값도 본다. 읽을 만하다 싶으면 얼른 스마트폰 ‘알라딘’(나는 2002년부터 알라딘 회원이다. 2002년 3월 14일 <노동소법전>을 산 게 첫 인연이다.)에서 검색하여 장바구니에 일단 담는다.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 책 기사가 실린 신문 면 전체를 잘라서 모아두기도 한다. 알라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책들을 한참동안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앗! 하는 책이 있으면 얼른 장바구니에 담는다. 장바구니에 담는다고 다 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았다고 하여 알라딘에서만 사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신문에 실린 책 광고나 기사, 알라딘 홈페이지 첫 화면을 장식하는 책들이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의 기획에 의한 것임을 안다. 즉 '광고'임을 모르지 않는다. 알라딘을 비롯한 인터넷서점들은 홈페이지에 ‘기대 신간’, ‘급상승 베스트’, ‘IT'S BEST’, ‘화제의 책’ 비슷한 마당을 꾸며 이러저러한 책을 소개하곤 했는데, 이게 모두 돈을 받고 게재하는 광고라는 것이 들통 나 벌금을 문 적도 있다. 인터넷서점 기획자가 많은 책 가운데 고르고 골라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모음이라고 생각하던 회원들은 속았다며 난리를 쳤다. 나는 “속았다”고 큰소리치던 분들이 좀 순진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순진한 척한 것인지도 모르지. 하루에 수백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온라인ㆍ오프라인 유통 담당자들이 그것들을 죄다 읽고 확인하고 검증한 뒤 따로 소개하는 난에 올릴 것으로 믿다니...
출판사 기획자가 책을 좀 팔아야겠다 싶으면 보도자료를 잘 만들어 신문사ㆍ방송사에 책과 함께 보내줄 것이다. 신문사ㆍ방송사에서 책 소개 기사를 맡은 기자는 그렇게 보내온 책과 보도자료 가운데 몇 권을 고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책 기사를 맡은 기자가 서점에 직접 가서 많은 책 가운데 고르고 골라 좋은 책을 지면과 화면에 소개하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신문ㆍ방송이 책을 소개할 시점에 맞춰 광고를 내기도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화제의 신간’에도 올려질 수 있도록 돈을 들이는 꼼수를 썼겠지. 그렇게 하여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탄생하겠지. 이 정도의 책 유통 구조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 아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나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의 ‘장난’을 쉽게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복잡하고 좀 좀스러운 마케팅 과정을 훤히 꿰뚫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렵고, 거꾸로 상당수 베스트셀러는 마케팅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 줄 번연히 알면서도 나는 그런 책을 사는 편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출판사 기획자가 책 팔아먹는 데 눈이 벌게져 있다고 하더라도 함량 미달의 책을 그렇게 띄워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기사를 쓰는 기자도 자기 책상으로 배달돼 온 많은 책 가운데 최소한 머리말이나 목차는 읽어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독자 가운데는 시력이 아주 좋고 대단히 이성적이어서 양서와 악서를 대번에 구별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출판사나 유통 기획자의 장난의 정도를 알맞게 조절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는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되는 책, 아예 돈 들여 광고하는 책을 보면 읽고 싶어진다. 가령 한 해에 100권을 산다고 하면 50권 정도는 그렇게 하여 사는 것 같다. 그렇게 사는 책 대부분은, 너무나 바쁜 나머지 내가 미처 챙겨보지 못했을 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알기만 하면 사게 될 책들이다. 그러니까 출판사나 유통과정에 있는 온라인ㆍ오프라인 서점 기획자의 장난은 나에게 장난이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가 되는 셈이다. 그렇지, 그냥 기획한 의도가 잘 먹혀든 것이라고 해둘까. 그런 서비스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내 취향이 아니거나, 출판사도 작가도 내용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면 거들떠보지 않으니까. 나는 내가 읽는 ‘좋은 책’(이라고 믿는) 절반 이상을 그렇게 순진한 방법으로 찾아내고 고르고 사고 읽는다.
201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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