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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석류나무 잎사귀는 몇 장이었을까

싸움

by 이우기, yiwoogi 2014. 9. 16.

아이들은 왜 싸울까. 제 것 뺏기지 않으려 싸우겠지. 이 말은 남의 것 뺏으려는 놈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남의 것 뺏으려고 달려드는 놈을 때려줘야 한다. 주인이 분명하지 않을 땐 두 놈 다 혼내줘야 한다. 그래야 안 싸운다. 어릴 때부터 싸움 좋아하는 놈은 싹수가 노래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잘 가르쳐야 한다.

젊은 청춘들은 왜 싸울까. 몸속에 피가 끓어 주체하기 힘든 에너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가 넘치지 않도록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해야겠지. 길거리에서 이유 없이 쌈박질하는 놈들은 정신 차리도록 며칠 동안 감옥에 넣어놔야 한다. 혼쭐이 나고 나면 안 싸우게 될까.

사랑한다며 결혼한 부부는 왜 싸울까. 크고 작은 의견 차이 때문에 싸우겠지. 친정/시댁(또는 본가/처가) 사이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화의 차이, 기대의 차이, 받아들임의 차이 들 때문에 다투겠지. 그렇다면 이혼을 하라고 해야 하나.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여 이웃들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며칠씩 잡아가둬야 한다. 밥도 주지 말고. 그래야 서로 소중한 줄 알게 된다.

여와 야는 왜 싸울까. 정권을 잡으려고, 그러기 위해 국민의 표를 얻으려고 싸운다고 말한다.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것을 말하겠지. 그렇지만 정말 그래서 싸우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쩔 땐 대놓고 싫어하고, 덮어놓고 비난하고, 대책 없이 반대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어릴 때부터 싸움하는 것을 보고, 직접 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싸움을 배워 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저희들 공동의 이익, 이를테면 세비 인상, 동료 의원 감옥 안 보내기 같은 일이 생기면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밝게 웃으며 손을 맞잡는다. 이해가 되다가도 안 되는 장면들을 자주 본다.

나라와 나라는 왜 싸울까. 남의 나라 땅을 뺏으려는 나라와 지키려는 나라는 싸울 수밖에 없다. 나라 사이의 돈벌이도 싸움을 일으키는 원인일 수 있겠지. 어떤 나라는 남의 나라끼리 싸우는 데 자기가 경찰이라도 되는 양 끼어들기도 한다. 이럴 땐 그럴듯한 명분을 붙인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싸움은, 아이들의 싸움이나 청춘들의 싸움이나 부부의 싸움이나 여야의 싸움보다 훨씬 무섭고 겁난다. 죄다 쓸어버리기도 하고 문명국을 아예 구석기시대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싸움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하고 끼어들지도 말아야 한다.

종교와 종교는 왜 싸울까. 서로 자기가 믿는 신이 위대하고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것 같다. 서로 자기 신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남의 신은 위대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기어이 싸움이 터지고 마는 것이다. 종교를 사이에 둔 싸움도 엄청나게 험하다. 자기들은 포교나 원정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전쟁이나 진배없다.

싸움 가운데 가장 무시무시한 싸움은 종교를 등에 업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싸움이다. 이 싸움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군인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다. 나의 정의를 따르지 않는 모든 나라와 종교는 불의이고, 그러니 이 세상에서 깡그리 없어져야 한다며 설친다. 무시무시하다. 그래놓고 돌아서서는 사랑과 용서, 관용과 배려를 떠들어댄다. 무서운 일이다. 201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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