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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가족 나들이-산청

by 이우기, yiwoogi 2014. 8. 20.

원래 열일곱 가족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열여섯이 되었다. 경로당 일이 더 재미있고 중요하다는 40년생 어머니,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신 두 형수님, 군대 간 조카 이렇게 넷을 빼고 열두 명이 자동차 세 대에 나눠 타고 산청군 시천면 반천에 있는 <전원가든>으로 간다. 가족들이 먹을 돼지고기, 과일, 과자, 술, 전어 들을 사는 즐거움과 설렘은 내 몫이었다. 

 

 


이맘때는 지리산 들어가는 길이 더러 막히곤 했는데 이번엔 전혀 밀리지 않아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전원가든>은 펜션과 농원을 겸하고 있는데, 건물 바로 아래쪽에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널찍한 계곡이 있다.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물놀이하기에 이보다 더 맞춤한 곳을 나는 보지 못했다. 맨 아래 웅덩이는 무릎까지, 그 위는 가슴까지 물이 차도록 설계돼 있었다. 

준비해간 삼겹살로 아이들부터 배를 불려주고 우리는 목살과 전어를 굽는다. 싱싱한 전어는 회를 뜬다. 단호박과 새송이버섯도 굽는다. 집에서 날마다 먹는 지난해 김장김치도 이런 곳에서는 꿀맛이다. 고기로는 모자란 아이들에겐 라면을 끓여준다. 잘못하여 손가락을 데어 물집이 잡힌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별로 준비한 것도 없는데 이것저것 먹을 게 많다. 우리가 자리한 곳 옆에는 다른 가족들이 계속 들어찬다. 족구장이 곁에 있어서 생초중학교 축구선수 조카의 온갖 재주도 볼 수 있다. 땡볕 아래에서 가족들이 팀을 나눠 공을 네트 위로 넘기는 놀이는 큰웃음을 자아낸다. 아들딸 들은 제 아비를 응원한다. 

오후 1시쯤 백숙이 나오고 죽이 나온다. 살도 뜯고 국물도 마시며 우리는 준비해간 술이 부족함을 안다. 소주와 맥주를 더 마신다. 운전을 맡은 아내들의 면허증이 고맙다. 사과와 포도도 달다. 물은 차갑다. 조카들은 물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우리는 그저 물에 몸을 담근 채 “어, 시원하다.”고 외친다. 시원하다기보다 춥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 속에서 ‘아, 이런 게 사는 행복이구나.’ 느낀다. 

준비해간 것 먹고, <전원가든>에서 파는 것도 먹고, 물놀이하고, 족구하며 놀다 보니 시간은 잘도 간다. 나이 차이가 많고, 남녀가 함께 하고, 어쩌면 가장 가까운 친구 같은 가족끼리 모여 떠들고 웃고 놀기엔 딱 좋다.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즐긴 우리는 하루 동안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다만, 몇 분 빠진 게 아쉽고, 집에 오기 전 단체사진 한 장을 못 찍은 게 지금 생각나 그것이 좀 아쉬울 뿐이다. 사진 찍으러 다시 가자고 할까?

 

201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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