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이런 복

by 이우기, yiwoogi 2014. 7. 2.

 



신문사 관두고 대학 홍보실에서 일할 때이던 2005년 5월 주제넘게 <진주신문> 기자를 대상으로 '신문 기사문장 바로 쓰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한두 시간 쓸 교재를 무려 81쪽이나 만들었다. 며칠 밤늦도록 자료 정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나를 격려하던 아내의 쪽지가 자료집 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내 주장이나 지식이라기보다 맞춤법, 표준어를 정리하고 이오덕, 이수열, 한효석 님의 책에서 중요한 것을 정리하여 전달하는 노릇을 했던 것 같다.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지금 봐도 9년 전 그때 나에겐 열정이 있었던 듯하다. 39살이었으니까?

신문사는 없어지고 기자들은 흩어졌지만 만들어둔 자료집 하나가 눈에 띄어 반갑기만 하다. 서성룡 등등 그때 사람들 보고 싶다. 조용히 마주 앉아 묵은지감자탕 안주 삼아 한잔 권하고 싶다. 

그로부터 9년 뒤 경상대 신문방송사 직무교육 과정 중 하나로 '신문 기사 작성의 실제'라는 주제로 또 이야기를 하게 됐다. 6월 24일 오후다. 기사라는 것을 써 본 지 11년이 넘었는데 잘 될 리 없다. 기억을 더듬고 이 책 저 책 뒤져 자료를 정리했다. 

해놓고 보니 다른 분의 자료와 자연스레 견주어지게 돼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문장을 제대로 쓰라고 가르치는 내 글이 엉망이어서 많이 부끄럽다. 몇 번이나 교정을 했는데도 틀린 글이 나오고, 비문도 있다.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못한 건 게으름과 열정 부족 탓이다. 그래도 잊혀질 만할 때 스스로 담금질할 기회가 다시 생긴 건 나에게 큰 복이다. 이런 복은 잘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2014. 6. 20.

'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  (0) 2014.07.02
기사 쓰기 가르치기  (0) 2014.07.02
시계  (0) 2014.06.14
김석봉  (0) 2014.06.14
잔치는 끝났는가?  (0) 201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