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1990년대 후반까지 진주에서 활동했던 <진주청년문학회>의 초대 회장이자, 이후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전국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을 하셨던 김석봉 형을 뵈러 갔다. 사시는 곳은 함양군 마천면 어디어디이다.
언제 뵈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데,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형과의 추억을 일일이 다 이야기하자면 며칠이 필요할지 모를 정도로 추억은 가득하고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마음은 먹먹했다.
오늘 하루 짧은 만남에서도 우린 많은 이야기와 많은 술을 나눴다. 4살 무렵부터 보던 아들 휘근은 벌써 결혼을 하여 그 마을에 작은 카페 <안녕>을 만들어 놓고 커피를 내리고 오미자차를 데웠다. 서울서 시집왔다는 그의 아내는 영락없는 형수님이요 시골아낙이었으며 그들과 동지였음을 나는 느낀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운영하는 지리산둘렛길 쉼터에는 끊임없이 손님이 밀려드는데 형수님은 국수를 삶고 비빔밥 나물을 무쳤다. 형은 왔다갔다 바쁜 가운데 길 안내, 아이스크림 판매, 밥상 청소, 그리고 우리와의 추억나누기를 다 해냈다. 역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형이 마흔 살 되던 해에 "야, 나이 마흔 되면 청년문학회는 이제 그만해야 되는 것 아니야!"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형의 귀밑에는 흰빛이 넉넉하여졌으니, 그 세월이 벌써 얼마인지 셀 수 없다. 그래도, 그러나 형수님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부지런하고 진지하고 성실하고 건강했다.
그냥 얼굴만 뵙고 오려 했는데 지리산 천왕봉 정기도 좀 받고, 임천강 강물 사랑도 좀 마시고, 무엇보다 형과 형수님의 변함없는 너그러움과 부지런함과 넉넉함과 씨억스러움을 배우고 왔다. 참 좋다. 참 좋다.
2014.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