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책임진 부서에서는 담배 끊어라 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담배에 많은 세금을 붙여 놨다.
그렇게 나쁜 거라면 KT&G를 없애는 게 낫고
꼭 세금을 거둬야 한다면 피우게 놔둬야 한다.
이율배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애초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담배에 대해 대단히 너그러운 사람이다.
차 안에서 담배 피고 꽁초를 창밖으로 버리는 사람들
길가다 또는 화장실 변기 앞에 가래침 뱉는 사람들
꽉 막힌 사무실에서 줄담배 피우는 사람들
술 마시다 담배 피운다며 우르르 나가는 사람들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건강에 나쁘다고 금연운동을 하는 한편
지방재정에 기여한다며 세금 걷는 정부보다 낫다.
괴로움 서글픔 외로움 씁쓸함 울화통 부아 같은
온갖 잡동사니 스트레스를 담배연기에 날려 보내며
씨익 웃을 줄 아는 애연가들은,
눈물도 나중에야 억지로 만들어야 하고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방향을 모르고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도
혼자 잘난 체하는 무리보다야 백 번 낫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말들 많지만
그래도 백해에다 몇 가지 이익은 있다, 싶다.
우리에게 이율배반도 가르치고, 이해심도 키워주고,
담배보다 백 번 못한 무리도 많다는 걸 가르쳐 줘서
고맙다, 담배야.
2014.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