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4학년 때 나는 반장을 했다.
성적순으로 반장, 부반장을 ‘지명하던’ 시절이다.
자랑은 아니다. 나는 하고 싶지 않았었다. 아무튼...
교실 안팎 대청소를 하게 된 어느 날 뜻밖에도
청소를 잘 끝내고도 우리는 ‘집합’을 해야 했다.
몇몇이 게으름을 피우고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나는 반장으로서
열심히 시키고 또 직접 열심히 청소했다.
책걸상을 모두 뒤로 민 뒤 바닥을 쓸고 닦고
다시 모두 앞으로 당긴 뒤 바닥을 쓸고 닦았다.
골마루를 쓸고 닦고 초칠하고 유리창을 닦고
교실 앞 화단 휴지를 줍고 잡초도 뽑았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정말 열심히 역할을 다했다.
그 와중에 몇 명이 요령피우다 선생님께 들킨 것이다.
한참 뒤 선생님은
“이렇게 벌 받는 것이 억울한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살며시 손을 들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나는 반장이었으므로, 나름대로 열심히 청소한
우리들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솔직히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할
반장인 네가?”라면서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더 큰 벌을 나에게 내리셨다.
나는 혼자서, 다시 교실 청소를 해야 했다.
책걸상 밀고 쓸고 닦고 또 쓸고 닦고를 혼자 다 했다.
덕분에 친구들은 더이상 벌을 받지 않고 귀가했다.
나는 늦은 오후에야 쓸쓸하게 집으로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내 생각은 좀 바뀌었다.
반장은 아이들을 잘 이끌어 청소를 열심히 하게 하고
자신도 솔선수범하여 열심히 청소를 해야 하고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겨 꾸지람을 듣게 되더라도
억울해 하거나 화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조금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가
반장이라는 자리였던 것이다.
스승의 날 아침에
1977년 안간국민학교 4학년 1반 담임선생님이 생각난다.
2014.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