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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나른 글 모음

위인

by 이우기, yiwoogi 2014. 5. 21.

<who? 김연아>(다산어린이)라는 책이 나왔다. 
김연아 선수 은퇴 직전에 낸 모양이다.
책 표지에 ‘who 한국 위인전 1’이라고 쓰여 있다.
김연아를 ‘위인’으로 대접한다는 것이고
앞으로 계속 비슷한 책을 낸다는 말이다.
‘위인’이라는 말에 잠시 눈길이 멈춘다.

으레 위인이라고 하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나옴직한
분들이 먼저 떠오른다. 
삼국ㆍ고려ㆍ조선 시대에 나라 구한 분들부터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까지.
그러나 광복 이후 한국전쟁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살아간 많은 훌륭한 분들은
위인이라고 잘 부르지 않는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이나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분들을
위인이라고 부르기에 머뭇거려지는 것 아닐까.

반대로, 김연아가 위인의 반열에 오르면
차범근 박지성 박세리 같은 운동선수에서부터
한류스타 연예인들도 위인이지 않을까 싶어진다.
또 민주화를 위해 숨져간 많은 분들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분들은 또 어떤가.
현대로 오면 위인의 구분이 어려워진다.
위인이라고 부를 만한 분이 너무 많기도 하다.

적어도 우리가 ‘위인’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공적과 덕망을 칭송하고자 한다면
한 세대 이상은 앞선 분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삶을 마감한 뒤에라야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때쯤
위인이라는 명칭이 붙여질 수 있는 것 아닐까.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근 현대 대표 위인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who? 한국 위인전' 시리즈”를
계속 낼 것이라는 이 출판사의 안목이
조금 걱정된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큰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 시리즈’라는 게 있는데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
이렇게 일곱 분이다. 
조정래는 ‘위인’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김연아가 ‘아주 나중에’ 훌륭한 위인으로 
대접받게 되기를 바란다.

 

2014.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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